새 산문집 낸 김용택 시인, “농촌공동체 파괴 낱낱이 지켜보며 정신의 한 조각이 파괴되는 아픔 느껴”
입력 2013-01-15 19:48
“한때 서른다섯 가구가 모여 살던 번창했던 마을이었는데 지금은 열 가구 27명이 살고 있어요. 돌아가신 분들을 생각하면 이내 가슴이 먹먹해지고 눈시울이 적셔 오지요.”
섬진강 시인 김용택(65·사진)이 15일 서울 정동의 한 식당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잠시 눈물을 비쳤다. 신작 산문집 ‘내가 살던 집터에서’와 ‘살구꽃이 피는 마을’(문학동네)을 비롯해 섬진강 이야기를 모은 8권짜리 전집을 앞에 둔 자리였다.
그는 “전북 임실군 덕치면 장산리 진메마을에서 1948년 태어난 이래 2012년까지 섬진강의 한 작은 마을에 어떤 일들이 벌어졌나를 담고 있는, 가슴 미어지는 작은 마을의 이야기가 전집으로 묶여져 나왔다는 게 놀라운 일”이라며 “이 작은 마을 이야기가 인간성과 공동체를 되찾는 문화적 충격이 됐으면 하는 게 개인적 욕심”이라고 말했다.
“농촌 공동체가 자본에 의해서 움직이지 않고 자생적으로 돌아갈 때 자연과 인간이 아름답게 공생할 수 있지 않겠어요. 돌이켜보면 생태와 순환이 살아 있던, 햇볕 속의 마을이었는데 산업화와 이농으로 농촌 공동체의 원형이 파괴되는 과정을 낱낱이 지켜보며 정신의 한 조각이 파괴되는 아픔을 느낍니다. 거기서 쫓겨난 슬픔과 분노가 있기에 한 에세이에서 ‘지금 내가 속한 곳은 임시정부다’라고 말했던 것이죠.”
진메마을의 산과 강, 나무와 샘, 징검다리까지 그 무엇 하나 빼놓지 않고 생생하게 그리고 있는 산문집들은 설령 강변의 작은 분교가 사라진다 해도 어느 화가가 자신의 글을 보고 있던 그대로 그려서 복원시켜주길 바라는 시인의 심정이 고스란히 담겼다. 지난해 11월 등단 30년을 맞아 섬진강 자락에서 쓴 글들을 부지런히 다듬었다는 그는 “지금은 전주에 살고 있지만 올가을 고향 마을에 내 이름을 딴 김용택의 ‘작은 학교’가 만들어지면 임시정부를 작파하고 (농촌 공동체로서의) 정통정부를 세워볼 작정”이라고 말했다.
정철훈 문학전문기자 chj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