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한 50代 베이비부머 아들 알바자리 ‘기웃’

입력 2013-01-15 19:14


서울 창천동 패스트푸드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김모(53)씨는 지난해까지 중소기업에 다니다 퇴직한 베이비부머다. 김씨는 “아들이 아직 대학에 다니고 있어 일을 계속해야 하지만 정규직을 구하기는 어렵고, 내 가게를 내기에는 자금이 모자라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은퇴한 50대 베이비붐 세대가 아르바이트 시장에 뛰어들면서 20대 청년층과 아르바이트 자리를 놓고 경쟁을 벌이고 있다. 20대가 선호하던 인기 알바 업종에 50대가 몰리고, 50대가 주로 일하던 업종에 20대의 이력서가 쇄도하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이에 따라 일자리로 인한 세대 간 갈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은 가운데 20대가 주를 이뤘던 아르바이트에까지 세대 간 구직 경쟁이 심화되는 양상이다.

지난해 아르바이트 포털 알바천국에 회원으로 가입한 50대는 총 1만7511명으로 2011년의 9284명보다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들 ‘실버 알바족’들은 지금까지 20대가 주로 일하던 업종에도 거침없이 지원하고 있다. 지난해 50대 아르바이트 구직자들이 업종별로 제출한 이력서를 분석했더니 2010년에 비해 커피전문점 지원이 11배(517건) 증가했고 베이커리가 12배(435건), 패밀리 레스토랑이 11배(252건) 늘었다. 전화상담·접수·안내(10배·2637건), 매장관리(14배·840건), 물류·창고관리(8배·1490건) 등에도 이들의 지원이 크게 증가했다.

반대로 20대들은 중장년층의 아르바이트 자리로 눈을 돌렸다. 20대가 청소·미화업종에 이력서를 낸 경우가 1만439건으로 2010년보다 11배나 늘었고 가사·육아도우미도 6772건으로 12배 넘게 증가했다. 찜질방·사우나(15배·1만7025건), 보안·경호·경비(5배·2만7161건) 업종에도 20대 지원자가 몰렸다.

최인녕 알바천국 대표는 “실제로 주유소와 편의점, 패스트푸드점, 영화관에까지 어르신 채용이 늘고 있다”며 “구인 업체에서도 50대가 젊은층보다 성실하고 이직률이 낮아 선호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20대의 경우는 청소, 가사도우미 등 기존 50대들의 아르바이트 자리가 일은 더 고되지만 시급이 높아 등록금이나 생활비 마련을 위해 지원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권혜숙 기자 hskw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