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보너스 받은 회사원 명품 쇼핑투어 ‘기웃’
입력 2013-01-15 19:14
연말·연초 지급된 성과급으로 연초 해외여행, 명품 쇼핑을 즐기는 일부 회사원이 늘고 있다. 많게는 수천만원에 이르는 성과급이 지급되면서 ‘통 큰 쇼핑’이 유행하자 이들을 겨냥한 여행사·자동차 세일즈맨의 홍보 열기도 뜨겁다.
A기업에 근무하는 김모(30)씨는 지난달 회사에서 연말 성과급을 받았다. 입사 3년차인 김씨는 최근 사내 게시판에서 ‘성과급으로 즐기는 명품관 투어’라는 내용의 글을 발견했다. 성과급으로 명품을 사려는 직원들이 삼삼오오 모여 백화점이나 서울 근교 대형 할인매장에서 쇼핑을 즐긴다는 것이다. 지난주 김씨는 팀 동료 한 명과 함께 명품관 투어를 신청했고, 다섯 명이 한 조가 돼 파주의 한 명품 아웃렛을 다녀왔다. 김씨는 “쇼핑 목록을 직원들과 공유해서 좋았다”고 말했다.
B기업에 근무하는 조모(27)씨 역시 올 초 두둑한 성과급을 받았다. B기업 사내 게시판에도 ‘성과급 쇼핑 카풀 모집’이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고, 명품 쇼핑을 함께 갈 10여명의 동료가 모였다. 조씨는 “동료들과 근교에 나가 명품 쇼핑도 하고 성과급 받은 기분도 즐길 수 있어서 좋다”고 말했다.
성과급으로 해외여행을 가는 이들도 적지 않다. 결혼 1년차인 직장인 최모(30·여)씨는 같은 회사에 근무하는 남편과 성과급을 모아 이달 초 몰디브 여행을 다녀왔다. 최씨는 “성과급은 ‘하늘에서 뚝 떨어진 돈’처럼 느껴져 평소 지출보다 씀씀이가 더 커지게 된다”고 말했다.
여행사·자동차 회사는 성과급을 겨냥한 영업에 적극적이다. 성과급이 나오는 기간에는 회사 통근 버스 정류장이나 사옥 근처에 전면을 광고로 도배한 버스를 세워두거나 광고물을 나눠주는 등 판촉전을 펼친다.
일각에선 불황으로 고통받는 서민을 더욱 힘 빠지게 하는 ‘다른 세상 얘기’라는 푸념이 나온다. 서울 상도동 한 편의점에서 일하는 김민지(27·여)씨는 “우리는 최저임금이 얼마나 오르는가가 관심사인데 1년치 월급보다 많은 돈을 한 번에 받아 펑펑 쓴다는 얘기에 위화감을 느낀다”고 씁쓸해했다.
김유나 기자 spri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