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회의 땅 선점”… 기업·은행들 ‘미얀마 상륙작전’
입력 2013-01-15 22:17
국내 은행과 기업이 앞다퉈 미얀마로 달려가고 있다. 미얀마는 동남아시아와 서남아시아를 잇는 지리적 이점을 지니고 있다. 천연가스와 원유 등 자원이 풍부한 반면 인프라는 낙후해 개발 가능성이 높은 블루오션이다. 특히 금융 규제 빗장이 풀릴 예정이어서 저성장 시대 해외에서 성장동력을 찾는 금융회사엔 ‘기회의 땅’으로 떠오르고 있다.
국내 은행들은 발 빠르게 미얀마에 현지 사무소를 열며 시장 선점에 나섰다. KDB산업은행은 지난해 말 사무소 설립 승인을 받았으며, 올 상반기 문을 열 예정이라고 15일 밝혔다.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은 지난해 10월 미얀마 양곤에 현지 사무소를 개설했다. 신한은행은 지난해 주재원을 파견해 올 상반기 사무소 개설을 목표로 뛰고 있다. IBK기업은행과 KB국민은행도 뒤질세라 현지 사무소 설립에 속도를 내고 있다.
‘미얀마 러시’는 금융권은 물론 산업계 전체로 확산되고 있다. 오가는 기업인이 많아지면서 대한항공이 지난해 9월 운항을 시작한 ‘인천∼양곤 직항노선’은 연일 매진을 이룰 정도다. 대우인터내셔널, 한화, CJ 등 국내 굴지의 기업들은 건설·식품·봉제 등 분야를 가리지 않고 새 시장을 개척 중이다.
국내 기업의 관심이 높아지자 한국수출입은행은 지난달 ‘빗장 풀린 미얀마에서 투자 기회를 찾아라’는 주제로 미얀마 투자 세미나를 열기도 했다. 미얀마의 경제적 가치가 높아지고 있는 만큼 우리나라 기업들이 성공적으로 진출할 수 있게 돕자는 취지다. 이 자리에는 플랜트사·엔지니어링사·종합상사·금융기관 등 60여개사에서 150여명의 담당자가 참석했다.
미국이 ‘개방의 문’을 활짝 열어주면서 미얀마는 투자의 물결로 가득찼다. 미국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재선 직후 지난해 10월 말 미얀마를 방문해 개혁·개방에 2년 동안 1억7000만 달러를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미얀마의 최대 강점은 풍부한 자원이다. 천연가스·석유·구리·아연·주석 등이 다량 매장돼 있지만 자본·기술력·인프라 등이 부족해 아직 미개발 상태다. 여기에 동남아시아와 서남아시아의 중간에 위치해 다른 시장으로의 확장성이 좋다. ‘빅 마켓’인 중국·인도와 가까우면서 인건비는 중국이나 베트남보다 저렴해 생산기지로도 각광 받는다.
조만간 규제를 푸는 금융 분야도 매력적이다. 현재는 금융회사가 미얀마에 진출해도 현지 영업을 할 수 없지만 2015년부터 금융시장을 개방해 직접 영업할 수 있게 된다. 미얀마 정부는 금융시장 개방 시기를 올해 중으로 앞당길 계획도 갖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아직 낮은 수준이지만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급속도로 높아지고 있어 그만큼 금융시장이 성장할 여력이 크다. 미얀마의 1인당 GDP는 지난해 기준 855달러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미얀마는 현금자동입출금기(ATM)가 최근에 생겼을 정도로 금융 환경이 열악한 상황”이라며 “그만큼 국내 은행이 진출해 잡을 수 있는 사업 기회가 많다”고 말했다.
진삼열 기자 samu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