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 사람들 그만 좀 이용해 먹으라”… 민주 회초리 투어 첫 광주 방문
입력 2013-01-15 22:14
민주통합당 지도부가 15일 대선 패배를 사과하는 전국 ‘회초리 투어’의 첫 일정으로 텃밭인 광주에 내려가 민심 다독이기에 나섰다. 하지만 100석 규모 간담회장에 당원 30∼40명만 참석하는 등 현지 반응은 싸늘했다.
문희상 비상대책위원장 등 지도부는 국립5·18민주묘지에서 ‘사죄의 삼배(三拜)’를 한 뒤 광주YMCA 무등관에서 간담회를 가졌다. 문 위원장은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다. 오늘은 회초리를 맞으러 온 날이니 따끔하게 때려 달라”고 했다. 간담회에서 당원들은 선거에서 패한 지역의 민주당 출신 지방자치단체장에 대한 문책론을 제기했고, 특히 “계파를 청산하라”는 주문을 쏟아냈다. 지도부가 간담회 뒤 방문한 광주 서구 양동시장에서 한 상인은 “호남 사람들 그만 좀 이용해 먹으라”고 직설적인 비판을 내놓기도 했다.
민주당 지도부는 16일 경남 창원에서 비대위 회의를 진행하고 김해 봉하마을을 찾아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한 뒤 권양숙 여사를 예방한다. 오후에는 부산을 방문한다. 하지만 지도부의 ‘회초리 투어’가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박지원 전 원내대표는 CBS 라디오에 출연해 “지금은 혁신의 길을 제시하고 실천하는 게 좋다”며 “잘못했다는 것도 한두 번이지 전국으로 다니면서 무릎 꿇고 똑같은 소리 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당 홈페이지에도 “‘쌩쇼’하지 말고 일을 하라” “진정성이 와 닿지 않는 작금의 행태”라는 비판 글이 쇄도했다.
광주에서는 계파 청산 요구가 쏟아졌지만 정작 서울에서는 친노(親盧·친노무현)계 의원과 비노(非盧)계 의원이 라디오에 출연해 친노 책임론에 정반대 의견을 내놓았다. 친노계 박범계 의원은 YTN 라디오에 나와 “민주당 의원들이 지난 총선 때 거의 대부분 김대중·노무현 정신을 계승한다고 했었기 때문에 지금은 친노계라는 게 사실 계파로서 존재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비노계 김영환 의원은 평화방송 라디오에서 “친노가 없다는 강변이 대선 평가를 가로막고 있다”며 “(전직 대표들인) 한명숙 이해찬 문재인 체제는 친노가 없다면 설명이 안 된다”고 지적했다.
한편 손학규 상임고문은 6개월 일정으로 베를린자유대학에서 연구하기 위해 독일로 출국했다. 그는 인천공항에서 “지위나 직함, 명예에 대한 욕심을 버렸다”며 “깊은 성찰의 시간을 갖고자 한다”고 출국의 변(辯)을 밝혔다. 공항에는 권노갑 상임고문과 신학용 오제세 이윤석 의원 등이 나와 배웅했다.
손병호 기자 bhs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