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조직개편안 발표] 교과부 내 과학분야 ‘환호’… 통상업무 이관 외교부 ‘패닉’
입력 2013-01-15 21:56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15일 정부조직개편안을 발표하자 그동안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던 관가는 희비가 엇갈렸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공언한 대로 미래창조과학부가 신설됨에 따라 교육과학기술부 내 과학 분야 공무원들은 쾌재를 불렀고, 기획재정부는 장관이 경제부총리를 겸임하게 돼 고무된 분위기다. 반면 통상교섭본부를 15년 만에 다시 경제부처로 이관하게 된 외교통상부는 ‘패닉’ 상태에 빠졌다.
◇한 부처 내 업무 따라 엇갈린 반응=신설되는 미래창조과학부가 과학 분야 전반과 정보통신기술(ICT), 원자력 안전까지 예상보다 훨씬 많은 분야를 흡수하게 되면서 과학 분야 공직자들은 기대와 흥분에 휩싸였다.
교육과학기술부 내 과학 분야의 한 관계자는 “교과부의 과학정책 기능과 국가과학기술위원회, 지식경제부의 응용기술, 원자력안전위원회까지 미래창조과학부로 일원화되면서 과학 분야를 통합관리 및 지원할 수 있는 시스템이 마련된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라고 밝혔다. 국가과학기술위원회 관계자도 “오랜만에 과학기술계가 한 부서로 뭉쳤다는 사실에 과학계의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반면 교과부의 교육 분야 공무원들은 실망을 토로했다. 교육 파트의 관계자는 “기초과학 투자와 인력 양성이 교과부로 일원화돼 시너지효과가 컸는데 교육과 과학이 다시 분리돼 아쉽다”고 말했다. 구체적인 업무 분장 방안이 발표되지 않아 혼란스러워하는 모습도 보였고 부처 업무 분리 과정에서 겪게 될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교과부의 다른 관계자는 “그동안 융합을 강조하면서 교육과 과학기술 분야를 (인사에서도) 많이 섞어 놨다. 사이좋게 일하다가 분리되면서 벌어질 일이 걱정”이라고 우려했다.
부활한 해양수산부에 해양 관련 업무를 내주게 된 국토해양부도 담당 분야에 따라 반응이 달랐다. 국토부 관계자는 “해수부 부활은 당선인이 대선 과정에서 공약했던 사안으로 기정사실화됐던 내용이며 종래 해양수산부 기능이 복원되는 것일 뿐”이라고 애써 담담한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국토부 전체 정원의 30%가량인 해양 담당 부서 직원들은 해양수산부로의 이전에 기대감을 드러냈다. 국토부에 통합된 후 다소 미약했던 위상을 되찾을 수 있을 것이란 희망을 내비쳤다.
부처 명칭이 ‘안전행정부’로 바뀌게 된 행정안전부 직원들은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는 반응을 보였다. 안전기능 강화 방침에 따라 재난안전실이 확대되고 관련 예산도 증액될 것으로 예상했지만 전자정부 강화 및 개인정보보호 등 정보화 분야가 신설될 미래창조과학부로 이관될 가능성이 있다며 긴장하는 분위기다.
◇“숙원이 해결됐다” 들뜬 부처들=기획재정부는 인수위가 경제위기 해결을 강조하면서 기재부에 힘을 실어줬다며 들뜬 모습이다. 금융위원회와 통합 논의가 오가며 분리될 수 있다고 우려했던 국제금융국도 그대로 남았다. 기재부 관계자는 “그동안 장관이 각종 장관급 회의를 주재했지만 부처별 의견 취합이 잘되지 않는 경향이 많았는데 앞으로는 정책 조율이 더욱 효율적으로 이뤄질 것”이라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중소기업청은 부처 승격은 하지 못했지만 기능이 강화된 것에 대해 만족하며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중기청 관계자는 “박근혜 당선인이 ‘중소기업 대통령’을 표방했듯 중기청은 앞으로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이 열심히 일한 만큼 보상받을 수 있는 공정한 시장환경을 조성하는 데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산업통상자원부로 개편되는 지식경제부도 환영 일색이었다. 당초 정보통신기술(ICT) 전담부처가 신설될 것이란 전망에 따라 부처 기능이 분리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있었지만 오히려 외교통상부의 통상 기능이 이관돼 오면서 위상이 강화됐기 때문이다.
보건복지부 산하 외청에서 총리실 소속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로 승격되는 식품의약품안정청(식약청) 직원들은 서로 축하를 주고받으며 기뻐하는 분위기다. 식약청은 처로 승격되면서 각종 법안과 시행령·시행규칙 발의·개정권을 갖게 돼 정책결정 기능을 강화하게 됐다.
◇“올 것이 왔다” 당혹스런 부처들=통상교섭본부를 내주게 된 외교통상부는 당황한 표정이 역력했다. 업무보고에서 인력 증원 계획을 보고했지만, 결과는 오히려 조직 축소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외교부 당국자는 “조직개편 대상 부처 중 쪼그라든 건 외교부밖에 없더라”며 “장관 이하 아무도 알지 못했던 내용이라 상황 파악을 좀 더 해봐야겠다”고 말했다. 업무보고 대상에서 통상교섭본부가 제외될 듯한 ‘징조’가 있었지만 당사자 격인 통상교섭본부도 이를 대수롭지 않게 넘긴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1·2차관 산하의 정무·다자 파트와 통상파트 직원을 별도 구분하지 않고 인사를 해왔던 외교부는 통상파트 분리로 인해 인사에서 혼란이 예상된다. 재외공관의 경우에도 인사 운영 문제가 시급한 해결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중요한 외청 중 하나인 식약청을 잃게 된 보건복지부는 긴장하고 있다. 당장 식약청과 관련된 식품 및 의약품 관련 정책을 식약처로 이관해야 하는 데다 한편에서는 보육마저 여성가족부와 교육부로 분리 이관될 것이라는 관측이 돌고 있다.
농림수산식품부는 해양수산부가 분리된 데다 농림축산부로 명칭이 바뀌면서 당혹스런 분위기다. 애초 해수부 분리는 예상했지만 식품분야마저 축소될까 전전긍긍하는 모습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그동안 의욕적으로 추진해온 식품산업 일원화가 차질을 빚을까 걱정”이라며 “해수부가 분리되면서 조직이나 업무도 대폭 줄어들 것 같다”고 말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ICT 전담 부처 신설이 무산된 데 대해 불만과 아쉬움을 토로했다. 방통위 고위관계자는 “인수위가 업무특성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것 아니냐”며 “시대에 역행하는 결정”이라고 격한 감정을 드러냈다.
조직이 폐지될 위기에 처한 특임장관실은 아쉽다는 반응이다. 특임실은 17일로 예정된 업무보고가 예정대로 진행되는 만큼 업무보고를 통해 고유의 역할과 필요성 등을 설명한다는 방침이다.
세종=정승훈 백상진 기자, 이영미 한장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