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 원안’ 고수한 朴 당선인 힘 실어주기…대통령실장·靑수석·기획관 전원 참석시켜
입력 2013-01-16 00:08
이명박 대통령에게 세종시는 불편한 장소다. 굵직한 국책사업마다 현장을 찾아 챙겼던 이 대통령이지만 유독 세종시만은 찾지 않았다. 세종시 수정안이 무산됐기 때문이라는 게 일반적인 해석이다. 이 대통령은 민간 기업과 과학비즈니스벨트를 묶는 수정안을 추진했지만 야당과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강력한 반대로 국회에서 부결됐다.
지난해 7월 2일 세종시 출범식과 12월 27일 세종청사 개청식에 참석하지 않은 것에 대해서도 이 때문일 것이라는 추측이 난무했다. 그랬던 이 대통령이 15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했다. 하금렬 대통령실장을 포함한 청와대 수석·기획관 전원을 참석시키기까지 했다.
세종청사에서 국무회의가 열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고, 지방에서 국무회의가 열린 것도 6·25 전쟁과 같은 비상 상황을 제외하고는 사실상 역대 처음이어서 의미가 적지 않다. 세종시 안착에 대한 정부의 의지를 보여준 것이란 평가다.
이 대통령은 회의에서 “행정비효율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각별히 노력해 달라”며 “이전 부처 공무원들과 가족들의 생활불편 해소와 정주여건 개선에도 만전을 기하라”고 당부했다. “정부는 국민과 약속한 기한 내에 부처 이전을 추진하고 있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세종시 원안을 고수했던 박근혜 당선인에 대한 배려라는 해석이 제기된다. 박 당선인의 소신이 서려 있는 세종시를 지원함으로써 박 당선인에게도, 세종시에도 힘을 싣겠다는 뜻을 보여줬다는 얘기다.
이 대통령은 국무회의 후 건물 옥상에 올라 정부세종청사 현황 보고를 듣고 총리실 직원들을 격려했다. 또 총리실이 입주해 있는 세종청사 1동 1층 구내식당에서 청사 근무자들과 오찬을 함께 하며 애로사항을 청취했다.
한편 이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대중교통 육성 및 이용촉진법 개정안(이하 택시법)’과 관련 “국가의 미래를 위한다는 관점에서 심각히 논의해 달라”고 말했다고 박정하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택시법이 국무회의 정식 안건은 아니었으나 거부권 행사를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국무위원들은 택시법이 지방재정에 부담을 주고, 다른 교통수단에 대한 지원과 형평성도 맞지 않아 문제가 많다는 데 공감대를 이뤘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국무회의에선 골목상권과 재래시장 보호를 위해 대형마트에 대한 영업규제가 대폭 강화되는 내용을 담은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 공포안 등 법률공포안 9건과 법률안 1건, 대통령령안 13건, 일반안건 3건 등을 심의·의결했다.
세종=정승훈 기자 shj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