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민주당 계파 싸움할 때 아니다

입력 2013-01-15 18:53

국립현충원에서 국민들에게 ‘사죄의 삼배’를 올린 문희상 비상대책위원장 등 민주통합당 지도부가 15일 광주를 찾았다. 지지자들에게 대선 패배에 대해 사과하고 질책을 받는 소위 ‘회초리 투어’의 일환이다. 민주당 텃밭인 광주의 민심은 싸늘했다. 100석 규모의 간담회장에 참석한 시민은 30여명에 그쳤다. 문 위원장은 “리모델링이 아닌 재건축 수준 혁신으로 백년 앞을 내다보는 전국정당, 수권정당으로 태어날 것”이라면서 “민주당을 다시 한번 살려 달라”고 호소했다. 민주당 지도부는 16일엔 경남 김해 봉하마을과 부산 민주공원을 방문해 지지자들의 분노를 달랠 예정이다. 시기적으로 부적절하다거나 정치적 쇼라는 등의 지적이 있으나 사즉생의 각오로 거듭나겠다는 의지를 지지자들에게 직접 전달하는 긍정적인 면이 있다는 건 인정해야 할 것 같다.

새로운 길로 힘차게 나아가기 위해서는 당이 똘똘 뭉쳐야 하는 상황이지만 막상 당내에서는 정체성과 대선 패배 책임론을 두고 계파 간 설전이 계속되고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 최측근이었던 안희정 충남지사는 “친노라는 개념은 실체가 없다. 친노라는 이름을 갖고 책임공방을 하는 것은 옳지 않다. 그런 논의는 민주당 분열을 가중시킨다”며 대선 패배에 대한 친노 책임론을 반박했다. 이광재 전 강원지사도 “어려워지면 친노 책임론을 제기하는 행태에서 이제 벗어났으면 좋겠다”고 했다. 반면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에 참여했던 김영환 의원은 안 지사 발언에 대해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일이다. 그래서는 대선 평가도, 민주당 쇄신도 이뤄질 수 없다”고 지적했다. 친노를 ‘야당 귀족주의’라고 부르기도 했다.

대선에서 진 정당이 내홍을 겪는 건 불가피하나 내부 갈등은 환골탈태의 과정이어야 한다. 그렇지 않고 책임을 전가하고, 당내 주도권을 쥐기 위해 치고받는 수준이라면 국민들로부터 더욱 외면당하게 될 뿐이다. 현재 민주당에서 벌어지고 있는 친노와 비노 세력 사이의 갈등을 보면 생산적이 아니라 소모적인 논쟁에 가깝다는 느낌을 준다. 조만간 시작될 자체 대선 평가나 정당쇄신, 전당대회 준비 과정에서 두 계파가 다시 격돌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민주당이 지난 총선과 대선에서 잇따라 패한 데에는 친노와 비노가 화합하지 못하고 편협한 계파 이익에서 벗어나지 못한 점이 큰 영향을 미쳤다. 지금 민주당에 가장 필요한 일은 두 계파가 당을 위해 기득권을 내려놓는 것이다. 자기합리화는 집어치워야 한다. 이대로 가면 공멸할지 모른다는 위기의식을 공유하고, “60년 정통 야당이라는 자랑스러운 역사만 빼고 모든 것을 바꾸겠다”는 문 위원장의 다짐이 제대로 실행되도록 힘을 보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