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이근미] 삶으로 보여줘야

입력 2013-01-15 18:59


지난주 후배 A가 큰 통에 김치를 가득 담아 나를 찾아왔다. 목원(구역의 교우)에게 주기 위해 김장을 20포기나 했다는데 나한테까지 차례가 온 것이다. 그녀는 우리 집을 방문할 때마다 큰 목소리로 나를 위해 기도해준다. 나는 그녀가 기도하는 모습이 아직도 생소하여 놀라곤 한다.

2000년에 내가 쓴 김장환 목사님 평전 ‘그를 만나면 마음에 평안이 온다’의 북디자인을 했던 A는 책이 나온 뒤 “목사님이 이 책 내용처럼 살고 있는지 그 댁에 가서 확인하고 정말이면 교회에 다니고 싶다”고 말했다. 단 한 번도 교회에 가본 적이 없는 그녀의 요청에 미국인인 트루디 사모님께 전화를 드렸더니 바로 “데리고 오라”고 하셨다.

그 소식을 듣고 4명이 따라붙는 바람에 6명의 대부대가 수원의 김장환 목사님 댁으로 향했다. 트루디 사모님은 음식을 만드시고 김장환 목사님은 접시에 스테이크를 담아주셨다. 저녁식사를 하고 기념사진까지 찍은 우리들은 아래층 큰아들 가족이 비워준 집에서 묵었다. 다음날 수원중앙침례교회에서 예수님을 영접한 A는 한동안 혼자서 수원을 오가며 예배드렸다.

A는 2000년 당시 남편이 사업에 실패해 적지 않은 빚이 있었으나 어느덧 다 갚았다며, 남편도 열심히 교회에 다닌다고 했다. 집 가까운 교회에서 신앙훈련을 착실히 받고 목자가 된 A는 신앙 연차가 깊은 목원들을 위해 기도하느라 늘 목이 쉬어있는 상태이다. 내가 하는 말을 주로 경청만 했던 A가 씩씩하게 얘기할 때면 성경이 지혜의 보고라는 사실과 나중 된 자가 먼저 된다는 말씀을 새삼 되새기게 된다.

A를 볼 때마다 김장환 목사님 부부에게 고마운 마음을 금할 수가 없다. 요청을 하자마자 바로 오라고 하신 트루디 사모님과 다른 스케줄을 취소하고 우리를 맞아주신 김장환 목사님, 6명의 대부대를 위해 집까지 비워주신 아들 김요셉 목사님 가족, 그날의 정성에 감동받은 A가 열심 있는 신앙인이 되었고 함께 갔던 2명도 믿음생활을 시작한 상태이다.

교회마다 부흥이 안 된다고 탄식이다. 여러 해법 가운데 하나가 ‘삶으로 보여줄 때’라는 걸 A를 통해 깨달았다. 당신이 평소 말한 대로 살고 있는지 당신 집에 가서 확인하고 사실이면 교회에 나가겠다는 요청을 받아봤는가. 우선 나한테 질문하면서 A가 가져온 잘 익은 김치를 먹었다.

이근미(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