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20대와 50대가 알바 경쟁하는 현실
입력 2013-01-15 18:48
20대와 50대가 취업전선에서 경쟁하는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50대 초중반에 직장에서 은퇴한 아버지와 대학을 졸업한 20대 아들·딸이 함께 구직 대열에 나서는 것을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다. 요즘에는 일자리가 부족하다 보니 아르바이트 자리까지 세대 간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아르바이트 전문 포털 사이트 알바천국이 최근 3년간 아르바이트 구직 이력서를 분석한 결과 20대들이 선호하는 인기 업종에 중장년층이 크게 몰린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50대의 커피전문점, 패밀리 레스토랑 아르바이트 지원이 3년 전에 비해 각각 11배씩 늘었고 베이커리 12배, 독서실·고시원은 16배나 증가했다. 반대로 중장년층 일자리에 20대가 몰리면서 청소·미화 11배, 가사·육아도우미 12배, 찜질방·사우나 15배씩 늘었다.
노후 준비가 안 된 베이비붐 세대 중장년층이 직장에서 밀려나면서 취직을 못한 아들·딸들의 아르바이트 자리까지 빼앗고 있는 슬픈 현실이다. 지난해 취업자 수는 10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늘었지만 20대 취업자는 8개월 연속 감소세를 보였다. 반면 50대와 60대 취업자 수는 꾸준히 늘고 있다.
문제는 앞으로 세대 간 일자리 경쟁이 더 심해질 것이라는 점이다. 정부 분석을 보면 카드사태나 금융위기 등 거시충격을 제하면 성장률 1% 포인트 당 민간 취업자가 8만9000명 늘어난다. 일자리를 늘리려면 성장률을 높이는 게 정답인데 글로벌 경기침체로 쉽지 않다. 한국은행은 올해 우리나라 성장률이 2.8%에 머물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해보다 일자리 고통이 더 심각해질 것을 예고한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은 ‘늘지오(일자리를 늘리고, 지키고, 질을 올린다)’ 공약을 내건 만큼 고용창출에 매진해야 한다. 제조업 일자리를 늘리는 데는 한계가 있지만 금융·관광·의료 등 서비스산업 활성화를 통해 일자리를 늘릴 여지는 남아 있다. 우리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노동시간이 가장 긴 만큼 근로시간 단축을 통한 일자리 나누기도 시행해야 한다. 일자리 창출이 세대 간 대통합의 시발점이자 국민을 행복하게 하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