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솟는 식탁물가… 엥겔지수 9년來 최고
입력 2013-01-15 22:09
가파르게 오른 식탁물가가 저소득층의 생계에 큰 위협으로 작용하고 있다. 지난해 3분기 저소득층과 취약계층의 엥겔지수(가계의 총 소비지출에서 식료품비가 차지하는 비율)가 2004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한파로 배추 열무 등 채소류 가격이 크게 오른 상황을 감안하면 지난 4분기 이후 저소득층의 생활고는 더욱 깊어진 것으로 분석된다.
현대경제연구원 김광석 선임연구원은 15일 ‘연초 식탁물가 급등과 서민경제’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지난 12월 1.4%로 안정된 기조를 보였으나 채소·곡물 등 신선식품 소비자물가는 급등했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12월 2494원이었던 배추 1포기 가격이 1월 중순 4387원을 기록하며 한 달 만에 75.9% 올랐다. 한파로 인한 사료비와 축사시설 난방비 증가 등으로 돼지고기와 닭고기의 소매가격도 최근 급격히 상승했다. 보고서는 크게 오른 식탁물가가 서민 가계의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고 강조했다.
소득이 가장 낮은 1분위(0∼20%) 계층의 엥겔지수는 지난해 3분기 23.4%를 기록하며 2004년 3분기의 24.4% 이후 가장 높았다. 특히 저소득층의 엥겔지수 증가폭은 매우 큰 반면, 소득이 높을수록 증가폭이 낮아지는 양극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취약계층의 엥겔지수는 저소득층 평균을 뛰어넘었다. 노인가구가 35.5%로 가장 높았고 조손(祖孫)가구 32.3%, 다문화가구 31.8%, 장애인가구 29.7% 등을 기록했다. 지난해 정규직 근로자 가정의 식료품 소비지출 비중은 27.6%였으나 임시·일용직 근로자 가정은 31.2%로 더 높았다.
식탁물가가 크게 오르면서 저소득층의 부담이 증가하고 이는 실질소득 감소로 이어져 서민 가계소비가 위축되는 악순환이 우려된다.
김 연구원은 “동절기 한파가 지속될 경우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생활비와 식료품을 긴급 지원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면서 “한파에 영향을 많이 받는 농축산물의 가격 변동폭을 줄이기 위해 정부비축 시스템을 보완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윤해 기자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