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이 방학 중 식습관 바로잡아주려면… 싫어하는 채소와 먼저 친해져야
입력 2013-01-16 00:50
다섯살짜리 외동아들을 키우고 있는 문정원(38·서울 우면동)씨의 올해 소원은 아이가 밥을 먹는 것이다. 문씨의 아들 규돈이가 하루 종일 먹는 음식은 야구르트 80㎖짜리 10여개, 슬라이스 치즈 7∼8장, 캐첩 2∼3숟가락이 전부다. 이제껏 밥을 제대로 먹어본 적이 없다.
“이유식도 못했어요. 22개월까지 젖을 먹였는데, 젖 이외에 아무 것도 먹으려고 하지 않았어요. 또래보다 키도 작고 몸무게도 덜 나갑니다.”
지난 9일 오후 6시, 문씨는 유치원 통학차에서 잠이 든 아이를 받아 안았다. 기운이 딸리는 규돈이는 통학차에서 잠들기 일쑤다. 1시간쯤 자고 일어난 규돈이는 저녁으로 야구르트와 치즈를 먹었다. 이때 규돈이가 다니고 있는 바른식습관연구소 조효연 소장이 방문했다. 식생활환경을 알아보기 위해서.
조 소장은 “규돈이는 그동안 병원에서 섭식장애 판정을 받을 만큼 편식이 심한 아이로, 밥을 억지로 먹이려는 과정에서 얻은 트라우마(상처)도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12월초부터 상담을 받기 시작한 규돈이는 요즘 쌀을 비롯해, 단호박 당근 등 식재료를 갖고 놀고 있다. 이른바 아이들이 싫어하는 음식에 단계적으로 노출시키는 ‘푸드 브리지(Food Bridge)’의 첫 단계를 밟고 있는 중이다.
조 소장은 “유치원이나 초등학교 입학을 앞둔 요즘 식습관 관련 문의가 가장 많다”면서 특정식품을 잘 먹지 않는 편식을 비롯해 안 씹고 그냥 넘기거나, 혼자 밥을 못 먹거나, 밥 먹는 데 1시간 이상 걸리는 아이들도 식습관을 바로잡아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편식을 하거나 식사시간이 오래 걸리면 급식시간이 괴롭고, 그러다보면 학교나 유치원 가는 것도 싫어지게 마련이다.
편식이 시작되는 시기는 대체로 밥을 먹기 시작하는 3,4세 때. 아이들이 특정음식을 거부하는 것은 맛 냄새 질감 식감 등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또 싫어하는 식자재도 아이들마다 제각각이다. 어린이들의 편식 습관을 예방·교정하기 위해 지난해 서울시 강남구가 운영했던 ‘놀이와 조리로 친해져요! 토요 영양교실’이 아이들의 편식 빈도가 높은 식재료로 꼽은 것은 브로컬리, 파프리카, 육류, 콩, 당근, 버섯 등이다. 주로 채소류다.
조 소장은 “장 보고, 다듬고, 씻고, 자르고, 조리하는 모든 과정을 자녀와 함께 하면서 다양한 식재료에 노출시키는 것이 편식을 바로 잡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추천했다. 그 과정에서 아이들은 시각 촉각 청각 미각 등 오감을 통해 식재료와 친해지게 된다는 것.
아이들이 식재료에 익숙해져 거부감이 없어지면 그것들을 다양한 방법으로 조리해 꾸준히 식탁에 올리도록 한다. 아이가 싫어하는 이유를 최대한 없애는 조리방법을 택하는 것이 최상책. 냄새 때문에 두부를 먹기 싫다고 하면 향취가 강한 소스를 뿌려 주고, 물컹한 식감 때문에 싫다면 다른 채소와 고기를 함께 다져 동그랑땡을 만들어 주도록 한다.
조 소장은 “한 가지 재료를 최소한 15번은 보고, 맛봐야 새로운 맛에 적응할 수 있는데, 대부분의 엄마들은 그럴 기회를 주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주부들은 두세번 식탁에 올려도 가족들이 잘 먹지 않으면 그 요리는 다시 하지 않게 마련인데, 그래선 안 된다는 얘기다.
안 씹고 그냥 넘기는 아이들이나 혼자서 밥을 먹지 못하는 아이들도 놀이로 접근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가족이 함께 둘러 앉아 3·5·10번씩 씹기 같은 게임을 통해 씹는 습관을 들여 주도록 한다. 밥을 먹여줘야 하는 아이들 대부분은 숟가락 젓가락질을 잘 하지 못 한다. 이런 아이들에게는 콩을 숟가락으로 떠서 다른 그릇으로 빨리 옮겨 담기 놀이가 도움이 된다. 한 두 시간씩 밥을 먹는 아이들에겐 정해진 시간 내에 밥을 먹지 못하면 밥상을 치우도록 한다.
조 소장은 “자녀에게 바른 식습관을 가르칠 때는 일관성 있게 꾸준히 하되 강제적으로 하면 절대 안 된다”고 강조했다. 예컨대, 식사 시간에 밥을 다 먹지 못했다면 다음 식사 시간까지 밥은 물론 간식도 주지 않아야 한다. 그래야 아이가 밥을 먹지 않으면 배가 고프다는 것을 알게 돼 식사 시간을 지키게 된다. 그렇다고 해서 억지로 먹여선 절대 안 된다. 특히 편식하는 아이에게 잘 먹지 않는 것을 강제로 먹이면, 그 식품에 대해 트라우마가 생겨 어른이 돼서도 안 먹을 수 있다.
조 소장은 “초등학교 상급생이면 왜 골고루 먹어야 하는지, 먹지 않는 채소에는 어떤 영양성분이 있는지 등 영양 교육을 병행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글·사진=김혜림 선임기자 m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