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 유적지에 불법 무덤… 다흐슈르 일대 주민들 조성

입력 2013-01-15 18:28

이집트 고대 유적이 밀집한 나일강 서안의 다흐슈르 일대에 불법 무덤이 형성돼 고고학자들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고 AP통신이 1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집트 고왕국(Old Kingdom)과 중왕국(Middle Kingdom) 시기에 왕족 및 귀족들의 묘지로 사용된 다흐슈르 지역은 아직 탐사가 끝나지 않은 곳으로 유적 훼손 우려가 커지고 있다.

다흐슈르에 불법 묘지가 기승을 부린 것은 2년 전부터다. ‘아랍의 봄’으로 호스니 무바라크 정권이 퇴진하면서 치안력이 무너진 것이다. 지역 주민들이 무덤을 조성하려고 불도저로 땅을 파헤치는 현장이 종종 목격되고 있다. 몇 주 전에는 도굴꾼들이 유적지 경비원을 총격한 사건이 벌어지기도 했다.

모하메드 유네스 다흐슈르 유적팀장은 “불법 무덤이 미발굴 유적 가까이 조성돼 문화재를 잠식하는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군사지역이던 다흐슈르 유적지는 1996년 공개된 비상업 지역으로 추가 발굴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주민들은 일대에 허가된 공동묘지가 부족하고, 당국이 새 묘지를 제공하지 않는다고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주민 모하메드 압델 카데르는 “우리에게 시신을 묻는 행위는 굉장히 소중한 일”이라며 “이 일대는 넓고 평평한데 그들이 말하는 유적이 대체 어디 있는지 모르겠다”고 불평했다.

다흐슈르 지역뿐 아니라 수도 카이로 외곽의 기자 피라미드 근처에 불법 빌딩과 경작지가 조성되는 등 고대 유적지 근처에 건축되는 불법 건물은 점차 이집트 전역의 사회 문제로 비화되고 있다.

박유리 기자 nopimul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