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서 7년간 침묵 대법관… 침묵 깬 한마디는 농담

입력 2013-01-15 18:28

미국 연방대법원의 구두변론 시간에 7년간 한마디도 하지 않아 관심과 비난을 함께 받았던 클래런스 토머스(64) 대법관이 마침내 입을 열었다.

워싱턴포스트(WP) 등 미국 언론들은 토머스 대법관이 14일(현지시간) 형사재판 상고심을 앞둔 피고인의 구두변론 시간에 농담으로 자신의 ‘침묵 기록’을 깨뜨렸다고 일제히 보도했다. 구두변론은 주요 사건의 서면자료를 놓고 대법관과 변호인 간 정곡을 찌르는 질의응답이 이뤄지는 시간이다. 그러나 토머스 대법관은 2006년 2월 22일 구두변론을 마지막으로 한마디 발언도 하지 않아 ‘질문하라’는 각계의 촉구를 받아왔다.

토머스 발언은 사형선고를 받은 피고인이 자신의 변호인 능력이 부족해 신속한 심리를 받지 못했다는 주장을 펴는 가운데 나왔다. 토머스 등 대법관 8명과 함께 구두변론에 참석한 안토닌 스캘리아 대법관은 피고인 측 변호인 2명의 출신 대학을 물었다. 각각 양대 명문 예일대와 하버드대 로스쿨 출신이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스캘리아 대법관은 하버드 출신이라는 답변에 “대단하네”라고 말했다. 그러자 옆에 앉은 토머스 대법관이 작게 대꾸했다. 그의 발언은 “글쎄. 아닌 것 같은데(Well, He did not)”였다. 예일대 라이벌 하버드대 출신 변호인은 자격이 없다고 농담조로 응수한 것이다. 토머스는 예일, 스캘리아는 하버드 출신이다. 그의 갑작스런 농담에 재판정에서 웃음보가 터졌지만, 워낙 작게 웅얼거려 취재기자들은 변론 뒤 법원 속기록을 통해 그의 정확한 발언을 확인해야 했다.

토머스 대법관은 1967년 서굿 마셜에 이어 91년 흑인으로는 미국 역사상 두 번째로 대법관에 지명된 인물이다. 그는 재임 초기에는 여러 사건에서 질문을 던졌다.

토머스 대법관은 몇 년 전 자신의 침묵 이유를 설명한 적이 있다. 그는 2009년 정부·의회 전문방송과의 인터뷰에서 “구두변론은 사건 변호인과 피고인을 위한 기회다. 누군가 말을 하고 있다면 조용히 듣는 사람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일부에선 조지아주 출신인 그가 남부 사투리로 놀림을 받았던 유년기 기억 때문에 말을 잘 하지 않는 버릇이 생겼다고도 한다. WP는 토머스의 이날 발언은 공식질문이 아니기 때문에 엄밀한 의미에서 그의 침묵 기록은 깨지지 않았다고 전했다.

남혁상 기자 hsn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