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재산 ‘부동산 실명제’ 적용… 교계 대응 나선다

입력 2013-01-15 18:22

일부 교회들이 지난해 부동산실명제법 위반으로 거액의 과징금을 부과 받은 것과 관련, 교계 차원의 조직적 대응이 추진된다. 교회 재산의 사유화 방지와 투명한 관리를 위해 예배당과 사택 등 부동산을 유지재단 명의로 등기하고 있는 취지를 무시하고 부동산실명제법 위반으로 판단한 것은 부당하다는 이유에서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는 14일 서울 연지동 한국기독교회관에서 회원교단 관계자들과 모임을 갖고 ‘한국교회재산 실명제등록 관련 대책위원회’를 구성했다고 15일 밝혔다. 90분간 비공개로 진행된 첫 회의에서는 과징금 부과 실태에 대한 보고가 이뤄졌으며, NCCK 산하 연구기관이 대책 마련을 위한 연구를 진행키로 결정했다.

NCCK와 회원교단은 이번 과징금 부과가 교계 전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대한 사안이라는 점을 감안해 ‘부동산 실권리자명의 등기에 관한 법률’(부동산실명제법) 개정안 발의 등 구체적 대응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교회가 무조건 세금을 안 내려 한다’는 식의 오해가 없도록 정당한 과세는 수용하되, 교회 재산의 특수성과 공공성을 감안하지 않은 부당한 조치에 대해서는 정부와 국회에 개선을 요청할 방침이다.

지난해 서울 A교회가 10억원 이상의 과징금을 부과 받는 등 모두 24개 교회가 부동산실명제법 위반을 이유로 2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 받았다. 이들 교회는 구청 등 지방자치단체를 상대로 이의를 제기해 11개 교회는 과징금 처분 취소 결정을 받았지만 나머지는 과징금을 내야 하는 상황이다. 추가로 50여개 교회에 대해서도 과징금 부과가 예고된 상태다.

교계의 세무 전문가들은 세무당국의 과징금 부과는 부당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세무당국이 법조문에만 얽매여 교회 재산 관리의 특수성을 간과했다는 것이다.

세무사 강성식 장로는 “재단에 등록한 교회 재산은 기본적으로 주무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등록을 인가하고 사용처도 지정한다”면서 “해당교회가 예배당처럼 종교 고유의 목적으로 사용하는 부동산에 대해 일선 세무당국이 과징금을 부과한 것은 부당하다”고 지적했다.

조용근 전 한국세무사회장은 “세무당국이나 지자체에서 법규를 과하게 해석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교회 재산을 더욱 투명하게 관리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는 계기로 삼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영주 NCCK 총무는 “교회 재산을 교단이나 재단이 관리하는 것은 개별 교회나 목회자 개인이 교회 재산을 사유화하는 것을 막자는 취지”라면서 “교회가 공적 역할을 투명하게 감당하려는 의도라는 사실을 이해시킬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NCCK는 부동산실명제법 문제는 목회자 납세와 성격이 다르다고 판단, 교회의 특수성을 반영한 부동산실명제법 개정안을 마련할 방침이다.

최승욱 기자 apples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