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출판] 사막… 설원… 앵글속으로 들어온 ‘하나님’

입력 2013-01-15 18:09


시간이 흐른다 마음이 흐른다/신미식 글·사진/푸른솔

중견 크리스천 사진작가인 신미식에게는 광인(狂人)의 피가 흐른다. 그는 스스로 사진에 미쳤다고 말한다. 사진은 그의 심장을 뛰게 한다. 사진은 언제나 자신을 겸손하게 만든다. 카메라를 통해서 본 세상은 정직하다. 아름답다. 역설적인 미학이 있다. 열사의 나라 아라비아에서 그는 마음의 설원을 보며, 동토의 나라에서 온기를 느낀다. 기나긴 겨울 속에 깃든 봄의 아름다움이 그를 자극한다. 작열하는 장하의 태양 속에서 그는 광야의 눈발을 떠올린다. 모든 사물이 마음에 다가올 때, 그는 멈추지 않고 차가운 카메라를 들이댄다.

그는 사진을 통한 치유가 가능하다고 믿는다. 사진은 크리스천인 그가 하나님의 선하심을 드러내는 도구다. 서른에 처음 장만한 카메라가 그의 인생을 바꿔놓았다. 자신 내면에 깃든 열정을 발견했다. 그 열정이 시키는 대로 떠나기로 했다. 서른한 살부터 그는 카메라를 들고 전 세계를 주유(周遊)했다. 한반도뿐 아니라 마다가스카르, 에티오피아…. 떠남의 한계는 없었다. 떠날 때 인간은 자유롭다. 그 주유는 때론 아름답고, 때론 위험했다. 고독했지만 여유로웠다. 풍성했지만 쓸쓸하기도 했다. 그 떠남이, 그 열정이, 그 고독이 오늘의 신미식을 만들었다.

한 번 떠날 때마다, 한 장의 사진을 찍을 때마다 그는 한층 성숙해졌다. 카메라 한 대 들고 달랑 떠난 30대의 신미식은 이제 50대가 됐다. 시간이 흘렀다. 생각해보니 삶은 흐름이었다. 흘러가는 것. 시간도 흐르고, 마음도 흘렀다. 그 흐름 속에 자신을 정직하게 맡겼다. 내일을 위해 ‘지금 이 순간’을 포기하지 않았다. 생각해보니 사진 속 수많은 사람과 동물, 물체들은 지금 이 순간을 치열하게 살아가고 있었다.

그 ‘지금 이 순간’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중요한 것은 마음이었다. 진심이었다. 그는 사람들에게 만물 속에 깃든 하나님의 마음을 품게 하고 싶었다. 그는 그동안 22권의 책을 펴냈다. 이 23번째 책은 그가 낸 다른 어떤 책보다 자신의 마음이 담긴 사진 묵상집이다. 자연스런 흐름 속에서 그가 본 것, 그가 마음 깊이 느낀 것들이 담겨 있다. 수많은 지역과 사람들, 그리고 거기서 느낀 생각의 편린들이 들어 있다. 궁극적으로 그가 펼치고 싶은 것은 선교다. 서울 서빙고동 온누리교회에 출석하는 저자는 현재 동 교회에서 선교사진전을 열고 있다. 이 땅은 정말 넓고, 그 땅 안에 수많은 사람이 살고 있으며, 그들 모두가 주님 품속으로 들어올 소중한 하나님의 자녀라는 사실을 알려주고 싶어 한다.

이태형 선임기자 t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