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박병권] 서번트 리더십

입력 2013-01-15 18:48

근대 민족국가 탄생 이래 학자들 사이에 가장 많이 연구되는 분야 가운데 하나가 바로 리더십이다. 심지어 리더로 성공하려면 흔히 하는 말로 ‘제 잘난 맛에 사는’ 특유의 기질이 있어야 한다는 연구도 있다. 1997년 미국의 심리학자 델루가 로널드 레이건까지 39명의 역대 미 대통령을 분석한 결론이다. 리더십 연구는 전공을 묻지 않는다. 가정이나 기업을 확대한 것이 국가 아니겠냐는 기본인식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리더십 연구의 기본은 바로 전통적인 설득이론이다. 연구 분야에 따라 각양각색의 이론이 있지만 정치학에서 주로 사용되는 것은 설득 방법에 따른 분류다. 합리적, 권위적, 보상적 설득으로 대별된다. 지나친 단순화가 문제이긴 하지만 이해하기 쉬워 최근까지 유용하게 사용되고 있다.

민주적 지도자는 합리적 방법을, 독재자는 권위적인 방법을, 포퓰리스트는 보상적 방법을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민주국가에서 합리적 설득이 가장 관심을 끄는 것은 당연지사이며 대표 선수격이 바로 서번트 리더십(servent leadership)이다. 이명박 대통령의 당선자 시절 각광받았던 리더십이기도 하다. 당시 이 대통령은 아침 일찍 출근해 밤늦게까지 일하는 것을 자랑으로 여겼다.

미국의 로버트 그린리프가 1970년대 처음 주창한 서번트 리더십의 핵심은 존중과 희생으로 요약된다. 자신을 낮추고 상대를 높이는 것이다. 쉽게 말하면 제자들의 발을 씻겨주는 선생님을 연상하면 된다. 요컨대 타인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하인이 리더가 될 수 있다는 것이 핵심이다.

구성원들을 섬겨 그들의 능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이끌어주는 것이지만 말처럼 쉽지는 않다. 학자들은 ‘대장금’을 서번트 리더의 전형으로 많이 거론한다. 높은 지위에 올라가도 교만하지 않았고 궂은 일을 마다하지 않은 자세를 높이 산 것이리라.

실패한 리더십으로는 ‘바사호’의 비극이 자주 거론된다. 스웨덴 왕 구스타프 2세가 해상권 장악을 위해 군함의 포를 2층으로 배치하고 구경도 키웠지만 무게 때문에 처녀 출항 때 좌초해 40여명이 익사한 바사호 사건이 바로 그것이다. 전문가들의 주장을 무시하고 성과에 급급해 덩치만 큰 초대형 군함을 만든 데 따른 당연한 결과다. 독일의 리더십에 정통한 이대 김성국 교수의 ‘인적자원관리 5.0’에 나오는 이야기다. 새로 출범할 박근혜 정부가 밑바닥을 착실하게 다져 큰 파도에도 휩쓸리지 않고 안전하게 항해하길 바란다.

박병권 논설위원 bkpar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