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급 적어도 일만 할 수 있다면…” 노인들 행렬
입력 2013-01-14 22:09
“월 20만원을 받아도 일만 할 수 있다면 소원이 없겠어요.”
14일 오후 4시쯤 인천 간석동 인천시노인인력센터에서 만난 이병구(76·인천 간석1동)씨는 참여신청서를 작성하면서 상담에 응한 이 센터 최혜옥(43·여) 사무국장에게 애원하듯이 말했다.
이씨는 30년 동안 운전 일을 해오다 몸이 아파 지난해 6월부터 집에서 쉬고 있는 형편이다. 이씨는 환경지킴이로 3월부터 일할 수 있다는 말을 듣고 기쁜 표정으로 센터를 나섰다.
하지만 조완상(72)씨는 “주 38시간 일을 하고 20만원을 받는 건 너무 적다”며 발길을 돌렸다.
센터에서는 주 2∼3회, 하루 3시간 정도 일하는 공원청소, 학교지킴이 등 208가지 일자리를 소개하고 있다.
이씨처럼 월 20만원 수준의 노인일자리를 찾는 행렬이 지난 7일부터 인천시내 8개 자치구의 노인인력개발센터에 이어지고 있다. 60대 초반의 노인들은 급여가 적다고 발길을 돌리기도 하지만 소일거리가 필요한 건강한 노인들이 많아 채용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인천시는 오는 18일까지 1만8000명에게 맞춤형 일자리를 제공할 예정이다. 이는 지난해보다 3000명이 늘어난 숫자다. 지난해 일자리를 경험한 노인 9000여명은 이날 현재 등록을 마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이 센터가 있는 인천노인종합문화회관 1층에는 친구들이 필요해 나온 노인들도 적지 않았다. 김정순(72·여)씨는 “예순 살까지 식당 주방 일을 하다 힘들어 그만뒀는데 혼자 살다보니 재미가 없어 이곳에 나왔다”면서 “월 10만원을 지원받는 기초생활수급자는 수급자격을 포기해야 일자리를 얻을 수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시 노인인력개발센터는 이런 노인들을 위해 민간취업을 지원하는 업무도 병행하고 있다. 하지만 민간부분 일자리는 좀처럼 확대되지 않고 있다.
인천시는 전국 처음으로 거동불편노인 돌봄지원사업(노노케어) 등에 대해 기존 9개월에서 12개월로 늘려 이달부터 연중일자리 시범사업을 펼치는 등 정책에 노인들의 요구를 적극 반영해 호응을 얻고 있다.
인천=글·사진 정창교 기자 jcgy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