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 얼음낚시 본뜬 겨울축제 전국에 난립

입력 2013-01-14 21:54

강원도 일부 지자체가 얼음낚시를 이용한 겨울축제로 성공을 거두자 전국 각지에서 유사 축제가 난립하고 있다.

14일 도내 축제위원회에 따르면 1998년 인제군이 빙어축제로 겨울축제의 첫 문을 연데 이어 2003년 화천군이 산천어축제를, 2008년 평창군이 송어축제를 시작했다.

이들 축제가 그런대로 성공을 거두자 경기 가평군이 자라섬 씽씽축제를, 전북 무주군이 남대천얼음축제로 겨울축제에 가세했다. 이에 더해 강원 홍천·영월군은 각각 홍천강꽁꽁축제와 동강겨울축제, 경기 파주시와 청평군은 각각 임진강꽁꽁축제와 얼음꽃송어축제라는 이름으로 겨울축제 대열에 합류했다.

대부분 겨울축제는 냉수성 어종인 송어를 이용한 얼음낚시와 송어 맨손잡기, 눈·얼음을 이용한 체험행사와 즉석 송어구이·회 시식 등 천편일률적인 행사로 관광객을 모집하고 있다.

또 후발 주자로 뛰어든 축제들은 너도나도 체험비용 일부를 지역 상권에서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는 ‘지역 상품권 제도’를 운영하는 등 축제 베끼기를 하고 있다.

축제위원회 한 관계자는 “몇 해 전만 해도 얼음낚시를 주제로 한 겨울축제가 많지 않았지만 어느 순간 유사한 축제가 우후죽순 생겨났다”며 “자칫 유사한 축제로 인해 경쟁력을 잃지는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축제 전문가들은 대부분 겨울축제가 지역 특수성과 독창성 없이 기존 겨울축제 모방에 급급하다고 지적하면서 중장기적인 축제 발전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강원발전연구원 이영주(41·여) 연구원은 “국내 축제가 지역 문화를 기반으로 하지 않고 지역경제 활성화에 초점을 맞추고 출발한 터라 다른 지역에서 쉽게 모방하고 있다”면서 “비단 겨울축제뿐 아니라 다른 계절에도 유사 축제가 난립하는 것은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용인대 문화콘텐츠학과 이선철(47) 교수는 “축제마다 차별화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외부에서 보기에 비슷해 보이는 것이 사실”이라며 “지역 축제를 문화적으로 접근해 축제의 개별성과 독창성을 높이는 등 정체성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춘천=서승진 기자 sjse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