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장고 용량 싸움 100억대 소송戰으로… LG “비슷한 사태 재발 우려” 삼성 상대 손배소 청구

입력 2013-01-14 21:58


지난해 유튜브에서 논란이 된 ‘냉장고 용량 실험광고’와 관련, LG전자가 삼성전자를 상대로 100억원 대 소송을 내며 전면전에 나섰다. 삼성전자도 강력 대응하겠다며 맞불을 놨다.

LG전자는 14일 삼성전자가 자사 냉장고 용량이 LG 제품보다 더 크다는 실험장면을 담은 동영상 광고를 올려 제품 판매에 영향을 받았다며, 지난 11일 서울 남부지방법원에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고 밝혔다.

LG전자는 소장에서 “LG전자가 제기한 가처분 신청이 받아들여져 해당 동영상은 즉각 삭제됐지만, 이미 3개월이나 게재돼 기업 이미지 훼손은 물론 제품 판매에도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7월 삼성전자는 세계 최초로 900ℓ 용량의 냉장고 지펠T9000을 출시했다. 하지만 한 달 뒤 LG전자가 910ℓ 용량의 디오스V9100을 내놓으면서 ‘최대 용량’ 타이틀을 뺏겼다.

이후 삼성전자는 8월과 9월 두 차례에 걸쳐 자사 공식 혼수가전 유튜브 블로그에 ‘냉장고 용량의 불편한 진실’이라는 제목의 동영상을 올렸다. 동영상에서 삼성은 양사 냉장고를 눕혀놓고 물이나 캔을 채운 뒤 자사 제품에 더 많이 들어간다고 결론을 내렸다. 이에 LG전자는 자의적 실험을 정부 규격에 따른 것처럼 허위 광고했다며 즉각 중지를 요구하는 광고금지 가처분 신청을 서울중앙지법에 냈고, 법원은 3개월 뒤인 지난해 11월 이를 받아들였다. 그 사이 해당 동영상의 조회수는 약 267만건을 기록했다.

하지만 LG전자는 동영상과 관련해 삼성의 사과가 없었던 데다 내부적으로 동영상을 내린 것만으로 사태를 마무리할 경우 앞으로 유사 행위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돼 소송을 냈다고 설명했다. LG전자 관계자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품질과 서비스에 기반한 공정한 경쟁을 추구할 것을 경쟁사에 다시 한 번 강력히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LG전자는 또 이날 자사 페이스북을 통해 삼성전자의 냉장고 용량 비교 동영상을 비꼬는 만화를 공개했다.

삼성전자도 법적 수단을 동원해 적극 대응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동안 LG전자의 움직임에 침묵으로 일관하던 것과는 다른 양상이다. 삼성은 법원이 유튜브 동영상을 부당광고라고 판정했을 때도 광고를 삭제한 뒤 ‘이의 신청 검토 중’이라는 입장을 견지해왔다. 앞서 LG전자가 제안했던 공개 검증도 거부했다.

그러나 이날 삼성전자 측은 “동영상 내용이 사실임에도 불구하고 대응을 자제해 왔지만 상대방이 소송 제기를 마케팅 수단으로 활용하면서 당사의 이미지를 심각히 훼손하고 있다”면서 “시시비비를 명확히 가리기 위해 기존 가처분 결정에 대한 불복 절차 등 모든 수단을 통해 적극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윤경 기자 y27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