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企 성장속도, 대기업 半도 안돼… 동반성장 한다더니 양극화 심화

입력 2013-01-14 19:06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중소기업과 대기업의 격차가 더 벌어져 수익성과 안정성 등에서 양극화 현상이 심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중소기업의 실적 성장속도가 대기업의 절반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 때문에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경제 공약이 ‘중소기업 살리기’를 표방하고 있어 새 정부에서 중소기업의 경영 환경이 얼마나 개선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13일 중소기업중앙회 등에 따르면 현 정부 들어 동반성장위원회까지 만들며 기업 간의 상생을 강조했지만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양극화는 오히려 더욱 심해졌다.

국내 주식시장에 상장된 대기업 324개사를 재벌닷컴이 분석한 결과에서도 이런 경향을 확인할 수 있다. 대기업의 매출은 2007년 773조7000억원에서 2011년 1191조6000억원으로 54.0% 증가했다. 반면 중소기업 678개사는 43조3000억원에서 55조5000억원으로 28.2% 늘어나는 데 그쳤다.

당기 순이익도 대기업이 중소기업에 비해 월등하게 높았다. 같은 기간 대기업이 56조2000억원에서 72조1000억원으로 28.2% 늘었으나 중소기업은 2조6000억원에서 2조9000억원으로 12.1% 증가하는 데 머물렀다.

영업이익에서도 5년간 대기업이 59조6000억원에서 73조7000억원으로 23.8% 증가한 데 비해 중소기업은 2조9000억원에서 3조3000억원으로 13.9% 늘었다.

중소기업은 대기업에 비해 이렇듯 매출과 영업이익, 당기순이익 성장세가 뒤처지는 동시에 부채가 급격히 증가해 재무구조도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중소기업의 부채는 2007년 17조원에서 2011년 31조3000억원으로 83.6% 급증했다.

한국중소기업학회장인 임채운 서강대 경영학부 교수는 “내수 의존도가 높은 중소기업이 경제위기 이후 내수 침체 국면에서 더 큰 타격을 받아 대기업과의 격차가 더 커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양극화 해소를 위해서는 중소기업의 수출 확대,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하청구조 개선, 중소기업 연구개발(R&D) 경쟁력 강화 등 중소기업의 수익성 개선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많다.

박 당선인이 ‘중소기업 대통령이 되겠다’고 발언하는 등 적극적인 중소기업 지원을 내세우고 있어 중소기업들의 기대는 크다. 특히 시장 불균형, 거래 불공정, 제도 불합리 등 소위 ‘3불(不)’ 문제를 지적하며 중소기업의 숨통을 열어주겠다고 강조한 부분에 주목하는 분위기다.

권혜숙 기자 hskw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