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중수 한은 총재 ‘외환시장’ 구두 개입 발언 배경… 日 무제한적 양적완화에 통화정책 위기감 작용
입력 2013-01-14 18:56
“물가상승률 억제라는 유일한 목표에 매달리던 태도가 많이 완화됐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출신인 칼 타넨바움 노던트러스트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최근 세계 각국 중앙은행의 역할 변화를 이렇게 설명했다. 저성장 늪에 빠져들면서 주요국 중앙은행이 전통적 목표였던 물가관리보다는 경기 부양에 매달리고 있다는 의미다.
미·일을 비롯한 주요 선진국이 물가관리 대신 양적완화 등으로 경기 부양에 나섰지만 한국은행은 그동안 한 발짝 비켜서 있었다. 하지만 김중수 한은 총재의 14일 발언은 이런 기존 입장에서 변화될 수 있음을 예고하고 있다. 기준금리 인하로 경기침체에 대비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았던 한은이 통화정책, 환율방어에서 전폭적인 방향 전환을 시사한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물가상승률이 2% 안팎으로 유지돼 경기부양과 환율 방어를 위한 금리 인하에는 큰 부담이 없는 것도 이런 기조변화에 영향을 미쳤다.
김 총재는 이날 새 정부의 경기부양 정책에 발맞춰 통화정책을 시행하겠다는 의사를 내비쳤다. 시장에서는 금리 인하에 인색했던 한은이 본격적인 저금리 정책을 펼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김 총재는 작심하고 외신기자클럽 초청 기자회견에서 발언한 것으로 보인다. 발표용 프레젠테이션에 외국 투기자본에 대한 직접 규제인 외환건전성 조치 강화 등을 포함시킨 것은 이를 반영한다. 과거 환율 개입 여부를 물을 때마다 ‘스무딩 오퍼레이션(미세조정)’을 강조하는 데 그쳤던 점에 비춰보면 파격적 변신이다.
김 총재는 특히 환율방어의 대상으로 일본을 정조준했다. 일본 정부가 잇따라 경기부양 및 저환율 정책을 언급하면서 외환시장이 출렁이는 데 따른 대응 성격으로 풀이된다. 원·엔 환율이 급락하고, 원·달러 환율마저 약세를 면치 못하자 결국 개입에 나섰다는 해석이 우세하다.
일본을 콕 집어 언급한 것은 일본 정부의 경기부양이 과하다는 생각에서다. 미국은 어느 정도 양적완화를 조절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지만 일본은 무제한적 양적완화, 목표 물가상승률 상향조정 등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강준구 기자 eye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