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현대차, 주간 2교대 도입 1주일… “밤샘 근무 없으니 살맛 납니다”
입력 2013-01-14 18:48
“밤샘 근무가 없다고 생각하니 저절로 건강해질 것 같은 느낌입니다.”
14일 오후 3시 출근하기 위해 집을 나선 울산 현대자동차 근로자 박진철(44)씨의 발걸음이 가벼워 보였다. 회사는 그가 사는 북구 양정동 집에서 걸어 20분쯤 걸린다.
박씨는 올해 20년째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품질관리5부에서 자동차 검수를 담당하고 있는 사원이다. 그는 아내(39), 아들(11·초등5년)과 단란한 가정을 꾸리고 있다.
현대차가 지난 7일부터 주간 연속 2교대 근무를 시범실시했다. 이에 따라 2개 근무조가 편성됐고 이번 주 2조인 박씨는 오후 3시20분까지 작업장에 도착, 1조로부터 작업 인수인계를 받은 뒤 오후 3시40부터 이튿날 오전 1시30분까지 일한다. 1조는 오전 7시부터 오후 3시40분까지 일했다.
박씨는 “지난주 금요일부터 달콤한 휴식을 취하고 오늘 오후 3시20분까지 출근을 하게 돼 시간적으로 여유가 많아졌다”고 느긋한 표정을 지었다.
박씨는 이날 오전 9시쯤 일어나 아침식사 후 방학 중인 아들과 함께 집 뒤에 있는 염포산을 산책했다. 지난주 토요일에는 회사동료들과 치악산 산행을 갔다 왔고, 일요일에는 ‘현대자동차 마라톤 동호회’ 연습에 참여했다.
박씨는 주간 연속 2교대가 오는 3월 4일부터 본격 운영되면 음악도 좀 배워보고 평소 즐기던 마라톤과 산악자전거(MTB)에도 좀 더 시간을 투자해볼 생각이다.
지난주 2조에서 이번 주 1조가 된 박씨 동료들은 길어진 하루가 낯설면서도 일주일간 여가시간을 어떻게 보낼지 동료들에게 묻는 등 여가 계획을 세우느라 바빴다.
회사와 가까운 곳에 사는 직원들은 대체로 긍정적인 분위기다. 다만 대중교통을 이용해 이동하는 직원들은 야근 뒤 불편한 점을 지적했다.
엔진변속기공장 근무 서병주(51) 반장은 “주야간 근무자가 얼굴을 보며 업무를 인수인계할 수 있어 인간미가 느껴져서 좋았다”고 한 주 근무를 평가했다. 종전엔 주야간 교대근무 대기시간이 2시간이나 돼 동료들끼리 얼굴을 잘 볼 수 없었다.
현대자동차 노조도 일주일간 모니터링한 결과 “조합원들이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며 “시범운영 과정에서 나타난 문제들은 노사협의를 통해 해결하겠다”고 밝혔다.
울산=글·사진 조원일 기자 wch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