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뛴다-종목별 최고령 선수들] ④ 프로농구 서장훈 (부산 KT)

입력 2013-01-14 18:43

붕대에 싸인 ‘국보’ 활화산 투혼 보라

프로농구 부산 KT 홍보팀의 이상국 대리는 “애처로워 못 볼 지경”이라고 했다. “경기 중 두 번이나 얼굴을 다쳐 70바늘이나 꿰맨 것 알고 계시죠? 양팔도 상처투성이에요. 몸 안 사리고 뛰더니 결국….”

한국나이로 불혹(40세)에 접어든 프로농구 현역 최고령 서장훈(KT)은 결국 쓰러졌다. 왼쪽 무릎에 물이 찬 서장훈은 지난달 29일 전주 KCC전 이후 치료에 매달리다 지난 10일(고양 오리온스전) 코트에 복귀했다. 전창진 KT 감독은 “서장훈 선수 얼굴 좀 보라”고 했다. 홀쭉해져 있었다. 서장훈은 무릎에 가해지는 충격을 줄이기 위해 다이어트를 통해 약 5㎏을 감량했다.

서장훈은 이번 시즌 크고 작은 부상에 시달리고 있다. ‘아름다운 부상’이다. “후회하지 않으려고 죽기 살기로 뛴다.” 이번 시즌을 끝으로 은퇴하는 서장훈의 각오다. 이 대리는 “서장훈이 이번 시즌 팬들에게 좋은 모습을 보여 주기 위해 개막 전 팀 훈련에 빠짐없이 참가해 몸을 만들었다. 너무 의욕이 앞서 시즌 초반부터 무리한 탓에 다친 것 같다”고 안타까워했다.

‘아름다운 부상’이긴 하지만 다친 부위를 보면 아름답진 않다. 서장훈은 지난해 10월 26일 SK전에서 상대 선수와 부딪혀 왼쪽 눈 윗부분이 찢어지는 부상을 당해 50바늘이나 꿰맸다. 불운의 시작이었다. 지난해 11월 21일 KGC전에선 김태술의 팔꿈치에 맞아 입술이 찢어졌다. 서장훈은 거즈를 물고 뛰어 지켜보는 팬들의 가슴을 짠하게 했다. 이번엔 20바늘을 꿰맸다. 어디 얼굴뿐일까? 양팔엔 손톱에 긁힌 자국이 수두룩하다. 다리는 멍투성이다.

이번 시즌 팬들이 서장훈에게 박수를 보내는 것은 ‘부상 투혼’ 때문만은 아니다. 경기 내용도 좋기 때문이다. 서장훈은 이번 시즌 28경기에 출장해 경기당 평균 22분15초를 뛰면서 9.1득점, 3.5리바운드(이하 14일 현재)를 기록 중이다. 또 상대외국인 센터도 적극적으로 수비하고 있다.

서장훈은 프로농구 정규리그 통산 득점(1만3064점)과 리바운드(5187개)에서 1위를 달리고 있다. 2위와의 격차가 커서 이 기록은 오랜 기간 깨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서장훈은 2002 부산아시안게임에서 야오밍을 상대로 맹활약, 대한민국에 20년 만에 금메달을 안기며 ‘국보센터’로 명성을 날렸다.

서장훈은 올스타전에서도 각종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역대 프로농구 올스타전 통산득점(149점), 통산 리바운드(65개), 최다 야투 성공(63개)에서 1위에 올라 있다. 서장훈은 이번 올스타전(26∼27일)에 참가하면 역대 최고령 출전 기록을 경신할 수 있지만 아쉽게 팬 투표에서 선발되지 못했다. 감독 및 선수 추천도 못 받았다. 프로 15시즌 동안 그는 11번 올스타전에 선발됐다. “마지막 시즌이니까 나가면 괜찮겠다는 생각은 했지만 연연하진 않는다. 명단은 이미 발표됐다. 그걸 나 때문에 뒤엎을 필요는 없다.” 서장훈의 입장이다. 한국프로농구연맹(KBL)은 ‘와일드카드’ 등 예외 조항에 대해 현재까지 논의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