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기도원서 화재 4명 숨져… 방음벽 유증기 폭발 추정

입력 2013-01-14 21:30

광주광역시 한 교회 기도원에서 14일 폭발과 함께 불이 나 4명이 숨졌다.

광주 오치동 H기도원에서 이날 오전 9시50분쯤 원인을 알 수 없는 불이 나 기도원장인 나모(52·여) 목사와 구모(66)·장모(58·여)씨 부부 등 4명이 유독성 연기에 질식돼 숨졌다. 사망자 가운데 2명은 주방 근처에서, 나머지 2명은 예배당으로 활용하는 거실과 통로에서 각각 숨진 채 발견됐다.

불은 지하 1층·지상 3층짜리 건물의 지하 기도원 내부와 사무집기 등을 태우고 출동한 119소방대에 의해 20여분 만에 꺼졌다.

불이 난 건물의 기도원인 1층과 나 목사가 사택으로 사용하는 3층에 20㎏짜리 취사용 LP가스통이 각각 1개씩 설치돼 있었다. 지하 기도원은 132㎡로 씽크대 등 주방시설을 갖추고 있으나 불이 날 당시 음식을 조리하지는 않았던 것으로 소방당국에 의해 파악됐다.

화재감식에 나선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서부분원 이공학 과장은 “화재 원인을 단정할 수 없으나 폭발은 천장과 벽, 바닥에 설치된 스트로폼 소재의 방음벽에서 나온 유증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이에 따라 방음벽의 유증기가 밀폐된 공간에 고여 있다가 폭발하면서 불이 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방화 흔적은 찾지 못했다”며 “전기누전 등에 의해 유증기가 폭발하면서 불이 난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경찰은 숨진 나 목사 등이 이날 오후 7시30분부터 17일까지 열릴 예정이던 부흥회 준비를 하다가 사고를 당했다고 덧붙였다. 이 기도원은 2008년 문을 연 이후 한 달에 한 번씩 2박3일 또는 3박4일간 신자 10여명이 참석하는 부흥회 또는 치유기도회를 정기적으로 개최해 왔다.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