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인들 “정치인·고위직 손톱 밑 가시”… 행정硏 공직 부패 인식조사

입력 2013-01-14 21:31


기업인들은 한국사회에서 부정부패가 가장 심한 공직자로 정치인을 꼽았다. 공직사회의 부정부패에 대한 전반적 인식은 개선되고 있지만 유독 경찰 조직에 대해서만 부패가 심각하다고 느끼는 기업인이 매년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4일 국무총리실 산하 한국행정연구원이 발표한 ‘정부부문 부패 실태에 관한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정치인의 부정부패가 심각한 수준이라고 응답한 기업인은 91.9%로 공직 분야 가운데 가장 높았다. 이 조사는 일반 기업체 관계자 600명과 자영업자 400명에 대한 심층면접을 통해 이뤄졌다. 장·차관, 국·과장 등 고위 공직자가 82.6%로 뒤를 이었고 법조인(78.0%), 건축·건설 공무원(71.5%), 세무 공무원(69.9%), 경찰관(69.4%) 순으로 나타났다.

정치인, 고위 공직자, 법조인 등의 부패가 심각하다는 인식은 매년 줄어드는 추세지만 경찰관 부정부패의 경우엔 이명박 정부 집권 마지막 해인 지난해가 2000년 이후 가장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경찰공무원의 부패 정도가 ‘심하다’고 응답한 비율은 69.4%로 2000년(78.6%)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노무현 정부 들어 매년 조금씩 낮아져 2006년 55.8%까지 떨어졌다가 현 정부 들어 급격히 높아진 것이다. 2001∼2002년은 관련 조사가 이뤄지지 않았다. 지난해 룸살롱 업자로부터 수억원을 받은 경찰관이 적발되고, 명동 사채업자와의 유착비리 사건도 터지는 등 경찰이 비리 관련 몸살을 앓았던 점도 설문 결과에 힘을 실어준다. 경찰청은 지난 10일 내부 구성원 비리를 근절하고자 총경 이상 간부의 청렴도를 평가해 인사에 반영키로 했다.

기업인들은 부패 공직자에 대한 처벌이 ‘솜방망이 수준’에 불과하다고 인식하고 있었다. 부패에 연루된 공직자가 사법 당국에 적발되는 경우가 고작 ‘0∼19%’뿐이라고 답한 기업인은 전체 46.8%에 달했다. 또 적발되더라도 처벌 수준이 ‘낮다’는 응답은 88.3%에 달했다.

보고서는 정권별 부패 발생 요인에 대한 분석에서 공직 내부의 자체 통제 기능이 갈수록 약해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김대중 정부는 부패 척결을 위한 기반을 만든 시기로 각종 부패방지 종합 대책을 발표하고 공공기관 청렴지수 측정 모형 등을 개발한 데 이어 노무현 정부는 부패방지 종합 계획을 수립했지만 이명박 정부에서는 부패방지법과 국가청렴위원회를 폐지했다.

이용상 기자 sotong20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