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 가슴 녹여주는 ‘칼칼한 부부’

입력 2013-01-14 22:29


칼국수집 사장님 아내는 매달 장애인들 대접

주방보조 남편 걸쭉한 목소리로 노래 흥돋워


“1인분에 3만∼4만원짜리 갈빗집을 했다면 맘 놓고 도울 수 없었겠죠. 저렴한 서민 음식으로 누구에게나 퍼줄 수 있으니 참 행복합니다.”

14일 인천 연수동의 한 칼국수 가게. 오전 11시를 넘어서자 장애인들이 한 명 두 명 가게 안으로 들어왔다. 80석인 이 가게의 3분의 2를 채워 앉은 이들은 인천 장애인 종합복지관 소속 연수지역본부에서 관리하고 있는 장애인들이다. 오늘은 50여명이 이 집을 찾았다. 전동 휠체어를 타거나 복지사의 부축을 받으며 들어오는 장애인도 눈에 띄었다.

칼국수 가게 사장인 임장홍(53) 김혜숙(50)씨 부부는 지난해 6월부터 한 달에 한 번 장애인을 대상으로 칼국수 나눔을 실천하고 있다. 직접 요리와 설거지, 행사 진행까지 하기 때문에 한 달 중 임씨 부부에게는 가장 바쁜 날이다. 김씨는 “오늘따라 주방장이 사정상 나오지 못해 혼자 바지락칼국수 50인분을 직접 준비하느라 아침부터 바빴다”고 말하면서도 얼굴에서 웃음이 그치지 않았다. 임씨는 아내의 일손을 도우며 재빠르게 설거지를 하는 등 보조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칼국수 잔치를 하는 날은 장애인 복지관에서 한 달에 한 번 여는 생일파티 날이기도 하다. 이날도 장애인들은 한국가스기술공사 인천지사에서 보내온 2단 케이크에 촛불을 켜고 함께 1월 생일을 맞은 동료를 축하했다. 부인 김씨는 생일선물로 양말 한 켤레씩을 예쁘게 포장해 준비했다.

임씨 부부와 마음이 맞는 주변 상인과 단골 손님들도 이 부부의 선행을 알게 돼 동참하고 있다. 근처에서 호프집을 운영하는 김창선(59)씨는 절편떡을 준비해 자리를 함께했다. 김씨는 “손님으로 칼국수집에 왔다가 부부가 좋은 일을 한다는 것을 알고 동참하게 됐다”고 말했다. 자동차 정비업소를 운영하는 박병일(55) 대한민국 자동차명장은 계절과일을 후원했다. 이밖에도 일손을 도우러 오는 단골 손님이 두세 명 더 있다.

부부 노래강사였던 이들은 인천의 낙후된 요양병원을 돌면서 7∼8년 전부터 노래 봉사를 해오다 3년 전 칼국수 가게를 차리고 자리를 잡자마자 장애인을 초대하는 행사를 시작했다. 임씨는 이날도 기타 연주와 함께 노래 ‘나는 행복합니다’를 불러 큰 박수를 받았다.

임씨는 “한 그릇의 식사로 장애인들이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면 하루 종일 즐겁다”며 “욕심을 부리지 않고 작은 것을 나누는 봉사가 우리 부부 삶에 활력소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에 참여한 지체·청각장애 2급 신혜숙(65)씨는 “뜨끈한 칼국수를 먹으니 마음까지 따뜻해진다”며 “어려운 이웃들과 함께 가려는 마음이 참 감사하다”고 말했다. 어릴적 소아마비를 앓고 왼쪽 몸을 자유롭게 쓰지 못하는 서희숙(58·여)씨는 “밥 한끼보다 훨씬 큰 힘이 난다”며 “세상이 팍팍하다고 하지만 훈훈한 이웃이 곳곳에 있다는 것을 느낀다”고 미소지었다.

인천=글·사진 김미나 기자 min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