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광이 터질 것 같아요”… 노년층 급성요폐 환자 급증

입력 2013-01-14 17:51


갑자기 소변이 나오지 않아 급하게 비뇨기과를 방문하는 노인들이 많아졌다. 이른바 겨울철에 급증하는 ‘급성 요폐’ 환자들이다.

하나같이 “방광이 터질 것 같다”는 하소연을 하는 게 특징이다. 그러지 않아도 전립선 비대증으로 방광 출구가 압박을 받고 있는데, 혹한으로 인해 방광 및 전립선 근육이 수축되면서 요도까지 막혀버린 것이다. 급성 요폐란 아무리 힘을 줘도 소변이 한 방울도 나오지 않는 증상이다. 방광에 가득 찬 소변은 아랫배를 풍선처럼 부풀려 극심한 고통을 수반한다.

◇혹한과 전립선 비대증이 주 원인=급성 요폐 환자 10명 중 8명 이상은 남성이다. 대한비뇨기과학회가 조사한 자료를 보면 남성 환자 비율이 83.8%에 이른다. 따라서 급성 요폐를 유발한 원인 질환도 전립선 비대증이 전체의 67.9%를 차지해 가장 많다. 이어 요도손상 및 협착(6.8%), 신경인성방광(5.1%), 전립선암(4.7%), 전립선염 및 수술(1.8%) 등의 순서로 집계돼 있다.

전립선은 구조적으로 방광 바로 밑에서 요도를 감싸고 있는 형태다. 우리 몸은 날씨가 추우면 자연히 교감신경기능이 증진되며 방광 출구 아래쪽 근육(요도괄약근)의 수축력도 증가하게 된다. 결과적으로 전립선 비대증에 의해 평소에도 요도가 압박을 받고 있는 상태였다면 소변을 밖으로 배출시키는데 더욱 어려움을 겪기 마련.

전립선 비대증 환자들은 요도가 좁아진 탓에 소변을 볼 때 한 번에 시원하게 다 쏟아내지 못하고 여러 차례에 걸쳐 찔끔거리며 배출하게 된다. 물론 소변 줄기도 가늘어진다. 이 때문에 밤에도 소변을 보기 위해 한두 번 이상 잠자리에서 일어나야 되는 불편을 겪기도 한다.

이렇게 되면 무리하게 소변을 참다가 소변을 보고 싶어도 보지 못하는 급성 요폐에 빠지기 쉽다. 가톨릭의대 여의도성모병원 비뇨기과 손동완 교수는 “급성 요폐로 방광에 소변이 가득 차게 되면 방광근육의 수축력이 소실돼 강제로 소변을 빼는 치료 후에도 본래 방광기능을 회복하지 못하게 될 뿐 아니라 수신증을 합병해 신장 기능까지 손상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소변 참지 말고 전립선 비대증 치료해야=급성 요폐를 막으려면 무엇보다 먼저 소변을 억지로 참지 말아야 한다. 귀찮더라도 요의를 느끼면 바로 소변을 보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좋다는 얘기다. 소변을 오랫동안 참다가 정작 소변을 보려고 하면 요도를 압박하고 있는 방광 근육이 잘 풀리지 않게 돼 급성 요폐를 겪을 수 있기 때문. 이런 증상은 전립선 비대증이 있는 노인일수록 더 심하다.

겨울철 감기도 조심해야 한다. 감기약의 일부 성분이 방광 근육의 수축력을 저하시키는 작용을 할 수 있다. 이윤수조성완비뇨기과 이윤수 원장은 “특히 콧물을 억제하는 ‘항히스타민’과 기관지 확장제인 ‘에페드린’ 성분이 든 감기 약 복용 시 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고령자들은 만일 감기약을 먹어야 할 때, 전립선 비대증이 있는지 여부를 의사 또는 약사에게 알려 근육을 수축시키는 성분이 없는 약을 처방(조제)받도록 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급성 요폐가 생기면 요도로 도뇨관을 방광 안에 밀어 넣어 인위적으로 소변을 배출시키는 응급처치가 필요하다. 대개 방광 점막 및 근육이 손상된 상태라서 2주 정도 도뇨관을 계속 삽입한 채 지내며 정상화되기를 기다려야 한다.

이때 약물 치료를 병행하면 조기 회복에 도움이 된다. 약물은 크게 전립선 아래 요도를 열어주는 약과 전립선 크기를 줄여주는 약, 두 종류가 있다. 근본적인 치료를 위해선 전립선 비대증 등 전립선 질환을 제거하는 수술이 필요하다.

이밖에 전립선에 좋은 음식으로는 콩이나 토마토, 마늘, 시금치, 호박 등이 꼽힌다. 이 원장은 “특히 인과 아연이 풍부한 호박씨와 항균 및 소염 작용이 뛰어난 마늘을 자주 섭취하면 전립선 비대증 완화는 물론 전립선암을 예방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고 조언했다.

이기수 의학전문기자 ks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