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과 현실의 괴리로 한국인 입양아 위기”… 美 언론들 잇따라 보도

입력 2013-01-13 19:43

생후 18일 만에 생모와 떨어져 미국으로 입양된 한국 아기가 이번에는 양부모를 잃을 위기에 처했다고 시카고트리뷴 등 미국 언론들이 12일(현지시간) 잇따라 보도했다.

일리노이주 에반스톤에 사는 크리스토퍼 두켓씨 부부는 지난해 6월 경남의 한 미혼모 보호시설에서 태어난 지 삼칠일도 지나지 않은 김모양을 입양했다. 당시 김양의 친모는 아이에 대한 권리를 시설장에게 위임한 상태였다. 시설장을 통해 김양을 알게 된 두켓 부부는 입양을 결심한 뒤 친모에게서 친권포기각서도 받았다. 그러나 이 미혼모 보호시설은 당시 입양법이 규정했던 ‘허가된 입양기관’이 아니었다.

더구나 이들 부부는 입양에 필요한 이민비자(IR3)도 없었다. 김양을 데리고 미국에 입국한 부부는 공항 입국심사대에서 10시간에 걸친 조사를 받았다. 5개월이 지난 11월에는 국토안보부가 비자면제 기간 만료를 이유로 아기를 양부모로부터 격리시켰다. 이에 두켓 부부는 소송을 제기, 미국 법원으로부터 일시적 후견권 인정 판결을 받아내면서 열흘 만에 아이를 되찾기도 했다.

아기의 시련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미 정부가 불법 입양 사실을 한국에 통보하며 한·미 두 정부와 양부모 간 기나긴 소송전이 시작된 것. 보건복지부는 두켓 부부를 미성년자 약취 등의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하고, 미국 법원에 양육권 무효 소송도 제기했다. 지난 9일 일리노이주 쿡카운티 법원은 두 부부의 후견권을 무효화한다는 결정을 내렸다.

양부모의 후견권은 연방법원 심리가 열리는 14일까지만 한시적으로 인정된 상태다. 이날의 판결에 따라 아이의 운명도 결정된다. 미국 정부는 적절한 위탁 가정을 지정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한국 정부는 한국에서 김양과 같은 아이를 기다리는 양부모들이 200명 이상이라며 다시 데려와 적절한 입양 가정을 찾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두켓 부부는 “변호사로부터 잘못된 정보를 받고 데려오게 됐을 뿐 절대 아이를 납치한 게 아니다”며 “미국에서 다시 입양 절차를 밟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이들은 또 “이 문제가 양국의 ‘정치적 축구게임’이 됐다”며 “아이가 부모를 빼앗기고 보호시설로 가는 게 온당한 일이겠느냐”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양부모가 정해진 절차를 하나도 지키지 않아 한·미 양국으로부터 공히 불법 입양으로 규정된 사례”라고 말했다. 김양이 한국에 돌아온다면 해외 불법 입양이 취소되는 첫 사례가 된다. 미 언론들은 아기의 사진까지 게재하며 관심을 보이고 있고 네티즌들은 찬반 양론으로 갈려 논쟁을 벌이고 있다.

양진영 기자 hans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