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을 넘어 미래한국으로 (2부)] 獨, 고용 유연성으로 불황 속 일자리 지켰다

입력 2013-01-13 19:44


세계 경제가 불황에 휩싸이고 유로존 위기가 계속되고 있지만 독일은 ‘고용 기적’을 일궈내고 있다. 정부와 기업, 노동조합이 힘을 합쳐 고용의 유연성을 발휘하면서 ‘일자리 지키기’에 성공한 것이 배경이다.

독일 기업들은 금융위기가 세계를 휩쓸었던 2008∼2009년 경기가 나빠지자 근로시간단축제도를 도입했다. 숙련 인력을 해고하는 대신 근로시간을 줄여 불경기에 맞섰다. 2003년 IT거품이 꺼지면서 경기가 위축되자 인력을 감축했다가 2006∼2008년 경기회복기에 숙련근로자 채용이 어려워 낭패를 당한 경험을 망각하지 않은 것이다. 독일 정부는 근로시간 절반을 삭감한 근로자에게 줄어든 임금의 60%를 보전해줬다.

또 호황기에 근로시간을 기준보다 늘려 계좌에 저축하고, 불황 때는 근로시간을 줄이는 대신 저축된 시간을 소진해 임금 하락을 막는 근로시간계좌제(Work-Time Acoounts)를 이용하며 근로시간을 탄력적으로 운용했다.

글로벌 금융위기의 직격탄을 맞은 2009년 독일의 경제성장률은 -4.7%를 기록했지만 실업률은 전년대비 0.3% 포인트 상승하는 데 그쳤다. 같은 기간 5.8%에서 9.3%로 실업률이 치솟았던 미국과는 대조적이다.

최근 우리 경제도 장기불황 국면에 접어들면서 실업률 등 고용지표들이 일제히 악화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일자리 정책을 담은 ‘늘·지·오’ 공약을 내놓은 것은 이를 극복하기 위한 것이다.

옌스 갈(Jens Gal) 독일 프랑크푸르트 괴테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독일이 유로존 위기를 극복하는 원인에 대해 “고용 개혁정책으로 실업 수당이 줄어드는 등 아직도 논란이 있지만 노동시장 유연성을 강화한 정책이 결과적으로 옳은 선택이었다”고 평가했다. 고용의 유연성을 추구하면서도 일자리를 지켜낸 정책이 오늘의 독일을 떠받치고 있다는 것이다. 또 재정 투입의 우선순위를 철저히 가려내 재정건전성을 지켜낸 것도 위기를 극복하는데 큰 힘이 됐다고 덧붙였다.

박 당선인은 지난 9일 손경식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을 비롯한 대·중견·중소기업 대표인 전국의 상공회의소 회장들을 만나 고용확대를 당부했다. 박 당선인은 “국민의 최대 복지는 일자리”라며 “정년까지 일할 수 있도록 일자리 창출과 고통분담에 적극 나서달라”고 강조했다. 이는 차기 정부의 강력한 의지를 표현하면서 기업과 노조에는 당부의 뜻을 담고 있다.

박 당선인의 ‘늘·지·오’ 공약은 독일의 고용정책과도 일맥상통하는 것으로 일자리를 늘리고, 지키고, 근로자 삶의 질을 높인다는 것이다. 차기 정부가 독일의 고용정책을 간과할 수 없는 이유다.

선정수 기자, 프랑크푸르트=한장희 기자 js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