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뛴다-종목별 최고령 선수들] ③ 여자프로농구 양정옥

입력 2013-01-13 19:34


바스켓에 쏟은 땀·눈물…

이젠 행복으로 채우리라


여자농구의 최고령 선수 양정옥(39·하나외환)은 소리 없이 강한 여자다. 1992년부터 실업선수를 거쳐 20년 넘게 단 한 해도 공백 없이 여자농구 현장을 지킨 유일한 선수이기 때문이다.

서울 청운동 하나외환 숙소에서 10일 만난 양정옥에게 처음 성인 농구에 입단할 당시 최고령 선수가 될 것이라고 생각했냐고 물어봤다. 돌아온 대답은 “전혀 아니었다”는 것이었다.

양정옥은 1992년 여자 성인 농구에 입문했다. 당시 양정옥은 여고 최대어 중 한 명이었다. 양정옥은 광주 수피아여고 때 기량을 인정받아 실업농구 드래프트 1차 지명으로 서울신탁은행으로 갔다. 참고로 그 해 드래프트 1차 지명에선 정선민이 SKC, 김영옥은 태평양화학에 뽑혔다.

양정옥은 당시 기량은 뛰어났지만 그냥 24살까지 뛰고 이후 은행원 생활을 하면서 가족과 살고 싶었다고 술회했다. 양정옥은 “드래프트 1차 지명에 뽑히면 5년은 선수생활이 보장됐다. 은행에 뽑혔기 때문에 딱 5년만 열심히 뛰고 은행원 생활을 하자는 게 내 생각이었다”고 전했다.

하지만 그 계획은 IMF 외환위기 때문에 무산됐다. 1998년 IMF로 팀이 해체됐기 때문이었다. 그래도 기량을 인정받아 한빛은행의 부름을 받았다. 그런데 이듬해 여자 프로농구 사상 첫 트레이드가 이뤄졌다. 본인 한 명과 상대팀 선수 세 명을 맞바꾸는 1대 3 대형 트레이드였다. 양정옥은 “은행 팀이 아닌 곳으로 가서 처음에는 속상했다. 하지만 결국 농구가 내 본업이라고 생각하고 지금껏 열심히 달려오게 됐다”고 말했다.

은행원의 꿈을 접고 열심히 활약하다보니 국제대회에서도 두각을 나타냈다. 2000년 시드니 올림픽 때는 정은순, 유영주, 전주원, 박정은 등과 함께 주전으로 활약해 본선 4강 신화를 이뤘다. 그리고 국내 리그에서도 소속 팀이었던 신세계가 3번이나 우승하는 데 힘을 보탰다.

그런데 양정옥은 올해 초 또다시 팀 해체라는 시련을 겪었다. 양정옥은 “십여년 전과 달리 이번에는 갑자기 팀이 없어진다는 소식을 들었다. 긴가민가했다”고 술회했다. 후배들의 동요가 많았지만 “곧 인수할 곳이 있을 것이다. 그때까지 연습만 하자”고 다독였다.

결국 하나외환에서 신세계를 인수했고, 양정옥은 새 팀에서 플레잉코치로 활동하고 있다. 올 시즌 한 게임 평균 출전 시간이 10분 14초일 정도로 팀에서 알토란같은 역할을 한다. 옆에 있던 조동기 감독도 “올스타전 브레이크가 끝나면 팀의 플레이오프 진출에 사활을 걸어야는데 그 때 양정옥이 꼭 필요하다”고 전했다. “올해가 선수생활로는 마지막일 거 같다”고 하니 조 감독은 껄껄 웃으며 “그래도 2∼3년 더해서 역대 최고령 여자 선수로 남아라”고 덕담을 건넸다.

양정옥의 마지막 목표는 팀 우승과 지도자이다. 새로 창단된 팀에 첫 우승을 선사하고 후진을 양성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현재 중앙대 체육교육과 석사과정을 밟고 있다. 양정옥은 끝으로 “내가 처음 입단할 당시 팀이 13개였는데 지금은 6개에 불과하다”며 “좀 더 많은 팀들이 생겨나 좋은 선수들이 코트를 누비고, 그만큼 인기도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소망을 전했다.

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