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독트린’ 동남아 순방서 선언

입력 2013-01-13 19:25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아베 독트린’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베 총리는 이달 16일부터 시작되는 동남아시아 3개국(베트남·태국·인도네시아) 순방에서 일본 정부의 향후 아시아 외교 방침을 밝힐 예정이라고 교도통신이 12일 보도했다. 일본의 독트린 발표는 1977년 후쿠다 다케오(福田赳夫) 전 총리가 필리핀 마닐라에서 발표한 ‘후쿠다 독트린’ 이후 처음이다.

하지만 그 내용면에서 과거와는 판이할 것으로 보여 벌써부터 극우 총리가 새로운 ‘대동아공영권’을 표방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후쿠다 독트린은 70년대 동남아의 반일 감정에 놀란 일본 정부가 ‘진정한 친구’로서 마음과 마음을 털어놓는 상호신뢰 관계를 구축하고, 다시는 군사대국이 되지 않을 것을 약속한 평화 선언적 외교 방침이었다.

반면 아베 총리는 이번 독트린에서 중국을 견제하는 배타적 외교노선과 일본 중심의 폐쇄적 경제협력 방침을 더욱 노골화할 전망이다. 교도통신에 따르면 아베는 이번 순방길에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안정’을 위해 인도와 호주를 포함한 지역 내 국가 간 다층적 관계 구축이 필요하다고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또 성장하는 아시아 경제권의 역동성을 흡수해 일본 경제의 재생으로 연결한다는 경제외교 전략도 표명할 계획이다.

아베 내각의 한 관계자도 통신에 “민주주의와 시장경제, 법의 지배와 같은 가치관을 공유하고 있는 국가들과 안전보장을 비롯해 경제·에너지 정책에서 연계한다는 방침을 담았다”고 설명했다. 지역 내 국가들과 외교관계를 강화해 중국의 영향력 확대를 견제하겠다는 구상으로 풀이된다. 아베는 지난달에도 중국을 둘러싸는 이른바 ‘포위망 외교’를 전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당시 그는 “아시아 주요 국가들과의 관계 강화가 중·일 관계의 새로운 국면을 열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아베 독트린’ 실무 작업은 야치 쇼타로(谷內正太郞) 전 외무성 사무차관과 가네하라 노부카쓰(兼原信克) 관방부장관보를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통신은 덧붙였다. 이들은 아베 총리가 소위 ‘(총리) 관저 주도’의 외교를 전개하기 위해 영입한 외교관들로 야치 전 차관은 과거 한국 관련 망언을 일삼았던 인물이다.

구성찬 기자 ichthu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