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A·알카에다 이중첩자 “테러범 올라키 제거후 팽당했다”
입력 2013-01-13 19:25
미국 중앙정보국(CIA)과 알카에다의 이중첩자였다가 양쪽 모두로부터 버림받은 사나이. 영화 같은 이야기가 “내 얘기”라고 주장하는 사람이 나타났다고 AP통신이 1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오사마 빈라덴 이후 최고의 ‘거물 테러리스트’였던 안와르 알 올라키의 사살에 역할을 했다고 주장하는 모르텐 스톰(37).
원래 덴마크인인 스톰은 1997년 이슬람으로 개종한 뒤 테러리스트의 길을 걸었다. 그는 알 올라키 등 거물급 테러리스트들도 그를 믿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2006년 마음을 바꿔 덴마크 보안정보국(PET)에 협력하며 ‘이중 스파이’가 됐다.
스톰은 크로아티아 여성 아미나와 알 올라키의 결혼에도 자신의 역할이 컸다고 주장했다. 알 올라키가 유럽인 아내를 구하고 있던 2010년 스톰은 페이스북에서 올라키를 흠모하는 아미나를 발견했다. 그는 CIA로부터 돈을 받아 둘을 중매했고, CIA는 이를 이용해 알 올라키를 사살하기 위한 계획을 짰다. 하지만 아미나가 추적장치가 든 여행가방을 버리면서 이때에는 사살에 실패했다.
CIA와 스톰의 사이가 멀어진 것은 2011년 예멘에서 알 올라키가 드론 공격으로 숨진 이후다. ‘팽’ 당했다는 것이다. 스톰은 자신이 CIA의 새 타깃이 되었다고도 말한다. “골칫거리가 될 것 같을 때 정보기관의 가장 손쉬운 수단은 나 같은 요원을 없애는 것”이라는 게 스톰의 변이다. 그는 14일 덴마크에서 각국 정보기관과의 뒷이야기를 담은 책을 발간한다.
양진영 기자 hans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