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 라운지-정원교] “박근혜 당선인도 성형했나요”

입력 2013-01-13 19:25

“여자 대통령 탄생을 축하해요.”

18대 대통령 선거가 끝난 지 한 달이 다 돼가는 요즘도 중국 기자나 지인들을 만나면 이런 말을 듣곤 한다. 그들이 직접선거에 의해 최고 통치자를 뽑는 나라에 대해 관심을 갖는 건 당연해 보인다. 그러면서도 13억5000만명이 넘는 인구를 가진 중국이 직접선거를 실시한다면 어떤 혼란이 올지 생각해 봤느냐고 반문한다.

신문이나 TV를 보는 중국인이라면 대다수가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에 대해 호감을 갖고 있는 것 같다. 장즈쥔(張志軍) 외교부 부부장이 지난 10일 박 당선인을 예방한 자리에서 “중국에서 당신의 인기가 아주 높다”고 말한 건 전혀 과장된 게 아니다.

여기에는 중국 언론의 보도가 큰 영향을 미쳤다. 관영 신화통신, 당 기관지 인민일보, 국영 CCTV을 포함한 대부분 매체는 대선 직후 박 당선인을 “중국어에 ‘정통’할 뿐 아니라 중국에 대한 이해도 깊은 인물”이라고 소개했다. 그가 어려운 시기에 ‘중국철학사’를 읽었다는 얘기도 빠뜨리지 않았다. 특히 “나에겐 부모도, 남편도, 아이도 없다. 국가만이 내가 봉사할 유일한 대상”이라고 한 박 당선인의 발언을 전하면서 그를 ‘국가와 결혼한 여자 대통령’이라고 부른 것도 비슷했다.

“퍄오진후이(朴槿惠)도 성형수술 했어요?” 대선 다음날 만난 중국 외교부 직원은 “박 당선인은 미인”이라면서 이렇게 물었다. 그가 이런 질문을 한 데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베이징 사람들은 한국에서는 연예인뿐 아니라 일반인도 성형수술을 하는 사람이 아주 많다고 알고 있는 것이다.

친한 중국 기자는 시국담을 나누던 중 “퍄오진후이가 시진핑과 함께 포즈를 취하면 사진이 아주 잘 나올 것 같다”고 했다. 이런 얘기들은 모두 박 당선인에 대한 친근감에서 나온 말로 들렸다.

장즈쥔은 박 당선인 예방 뒤 중국 기자들을 만나 “회견이 55분이나 계속됐다”며 “당선인이 지금까지 외빈을 만난 중에서는 가장 긴 시간”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바야흐로 박근혜 정부에서는 한·중 관계가 종전보다 원활해질 것이란 전망이 양국 모두에서 나오고 있다. 그 과정에서 한반도 정세도 전향적으로 발전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정원교 특파원 wkch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