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중국에 수출시장 다 내줄건가

입력 2013-01-13 19:14

중국의 추격이 무섭다. 지난해 우리나라가 11년간 굳건히 지켜온 조선 수출 1위 자리를 빼앗은 것은 물론 액정장치, 철·비합금강 평판압연제품, 합성필라멘트사 등 우리의 수출 효자상품들을 앞질렀다. 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이 어제 내놓은 보고서를 보면 2011년 우리나라의 세계 수출시장 점유율 1위 품목은 반도체, 철강, 선박, 석유화학, 자동차 부품 등 61개로 2010년의 71개보다 10개가 줄었다. 16개 품목이 세계 1위로 새로 올라서고 26개가 밀려났는데 이 중 절반에 가까운 12개를 중국이 가져갔다.

중국의 약진은 예상했던 바지만 추격 속도가 너무 빠르다. 더 큰 문제는 제조업뿐 아니라 우리나라 주력산업인 전기전자 첨단업종의 턱밑까지 위협하고 있다는 점이다. 2007년 우리나라가 앞서가는 일본과 쫓아오는 중국 사이에 낀 ‘샌드위치’ 신세라며 위기론을 제기했던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은 지난해 국제가전쇼 CES를 둘러본 뒤 “일본은 힘이 좀 빠졌고, 중국은 한국을 쫓아오기에는 시간이 좀 걸린다”고 했지만 안일한 진단이 아니었나 싶다.

우리나라 수출액 규모는 세계 7위지만 1위 수출품목 보유수는 15위로 한참 뒤처져 있다. 세계 1위 품목 수출액도 2010년 1256억1000만 달러에서 2011년 1034억3000만 달러로 4년 만에 감소세로 돌아서 심상치 않다. 세계에서 1등을 하는 제품들이 더 많이, 더 다양하게 나와야 한다.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그룹 두 회사에만 의존해선 한국 경제가 지속성장을 할 수 없다. 휴대전화업체 노키아가 몰락한 뒤 핀란드 경제가 받은 타격이 이를 잘 보여준다.

주력 수출국인 선진국들이 경기부진을 겪는 가운데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무제한 양적완화와 함께 제조업 부활을 내걸었고, 중국 시진핑(習近平) 역시 중화부흥을 외치고 있어 우리나라 수출기업들은 사면초가에 놓여있다. 이럴 때일수록 기술향상을 통해 경쟁력 있는 제품을 개발하고 수출시장을 확대해 난국을 헤쳐나가야 한다. 정부는 세계 무대에서 뛰는 국내 기업들을 어떻게 도울 것인가를 고민하고, 발목을 잡는 일은 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