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선택형 수능 논란, 수험생 입장에서 풀자

입력 2013-01-13 19:17

최근 사회적 논란이 커지고 있는 선택형 수능은 정부가 3년 전에 도입한 제도다. 난이도에 따라 쉬운 A형과 어려운 B형 시험으로 나누어 놓고 학생들이 골라서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교육과학기술부도 B형은 현행 수준으로 출제하고 A형은 현행보다 쉽게 출제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수험생들의 학습부담을 완화하는 동시에 과도한 사교육비를 줄이겠다는 이유를 내세웠다.

그러나 지난주 사립대 입학처장들이 이 제도의 유보를 주장했다. 고교생들이 진학을 선망하는 서울 주요대학을 망라하고 있어 파문이 컸다. 대학들의 주장은 명료하다. 이 제도로는 학생을 제대로 선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우수학생 유치가 지상목표인 대학으로서는 당연한 주장이다. 교사들도 비슷한 반응이다. 과목 간 난이도 차이가 클수록 운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으니 A, B형 선택과정 자체가 로또가 된다고 우려한다.

이들의 논리는 충분한 설득력이 있다. 일선 대학과 고교 등 현장에서 문제가 있다고 주장하는 제도는 성공적으로 착근하기 어렵다. 대학들이 욕 먹을 각오를 하고 집단적으로 의사표현을 했다고 해서 조직이기주의로 몰 일은 아니다. 그만큼 심각한 사안이라고 판단했을 것이다. 고교 또한 입시지도의 어려움은 물론 자칫 학교 서열화의 부작용이 발생할 수도 있다고 걱정하고 있다.

문제는 수능을 불과 10개월 앞둔 시점이다. 그토록 하자가 많았다면 입안 당시에 충분히 논의돼야 하는 데도 이제야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무책임하다. 대학의 입학처장과 고교의 진학담당 교사는 자타가 공인하는 입시전문가인데도 발등에 불이 떨어진 다음에야 대응했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그 정도 분석력과 예측력으로 어떻게 복잡다단하고 민감한 입시를 관리하는지 묻고 싶다.

가치판단도 이익형량을 따져야 한다. 일부에서는 유보에 따른 혼란이 강행에 따른 부작용보다 훨씬 덜하다며 유보를 주장하지만 그것은 우리 사회의 보이지 않는 신뢰를 깨는 일이다. 제도의 타당성과 안정성을 비교할 때 안정성을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다른 분야도 아닌 교육제도의 경우 일부 무리가 있더라도 한번 발표한 내용을 번복하는 일은 극도로 자제돼야 한다.

남은 것은 학생들이 혼란에 빠지지 않도록 하는 일이다. 입시 형태가 새롭다고 진학지도에 소홀하면 학생과 학부모는 바로 사교육 시장으로 빠진다. 이런 악순환이 반복될 경우 어떤 제도를 도입하더라도 학교는 뒷전으로 밀리게 되고 공교육 정상화는 요원해진다. 정부도 노출된 문제점을 진지하게 검토할 때다. 더욱이 새 정부가 대입전형을 단순하게 하겠다는 공약을 내놓은 만큼 인수위에서 밀도 있는 논의가 이뤄지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