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형 개발사업 줄줄이 좌초되나

입력 2013-01-13 19:11

건설·부동산경기 침체가 이어지면서 서울 및 수도권의 대규모 개발사업들이 잇따라 좌초될 위기에 빠졌다. 서울 상암동 디지털미디어시티(DMC) 랜드마크빌딩 건립은 지난해 사실상 무산됐고, 서울 용산국제업무지구나 인천경제자유구역 영종지구 용유·무의도 개발사업(에잇시티 사업)도 자금난으로 중단 조짐을 보이고 있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2006년 정부종합대책에 따라 확정된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사업은 자금난과 출자자 간 갈등으로 현재 부도 위기에 처했다. 이 사업은 용산 철도정비창과 서부이촌동 일대 부지 56만6000여㎡에 31조원을 투입, 111층 랜드마크타워와 호텔 등 60여개동을 짓는 것이다.

하지만 출자자들이 설립한 드림허브프로젝트금융투자회사의 잔고가 현재 50억원에 불과해 이달 17일 자산유동화증권(ABS) 이자 47억원을 내면 바닥을 드러낸다. 더구나 드림허브는 자산유동화기업어음(APCP) 이자 53억원도 내야 하는 만큼 오는 3월 12일쯤이면 부도 위기를 맞게 된다. 그러나 현재 1대 주주인 코레일과 2대 주주인 롯데관광개발이 사업 추진 주체 등을 놓고 대립하고 있다. 따라서 추가 자금조달이 어려운 만큼 사업은 계속 표류할 전망이다.

에잇시티 사업도 자금난으로 진행이 불투명해졌다. 이는 인천 용유·무의도 일대 79.5㎢에 2030년까지 317조원을 들여 문화·관광·레저 복합도시를 만드는 것으로 부지 규모가 서울 여의도의 28배에 달하고 투자금도 정부 1년 예산에 맞먹어 이른바 ‘단군 이래 최대 사업’으로 불린다. 하지만 사업 시행예정자로 선정된 ㈜에잇시티가 지난해 10월 인천시와 협약을 맺은 뒤 투자금을 유치하지 못해 자금난에 빠졌다.

특히 사업 추진이 부진해지자 3000여명에 달하는 토지주들은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이들은 “10년 넘은 사업이 막바지 단계에 왔는데 취소될 처지”라며 인천시에 적극적인 지원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인천시는 지난 10일 회의를 열어 토지주 대표들과 사업 추진 방안을 논의했지만 별다른 해법을 찾지 못한 상태다.

한편 서울 상암동 DMC에 133층 랜드마크빌딩을 짓는 사업은 이미 지난해 6월 취소됐다. 2009년 4월 용지 매매계약 이후 3년여간 추진돼 왔지만 용지를 공급받은 서울라이트타워㈜ 측이 장기간 토지 대금을 미납하는 등 계약을 제대로 이행하지 못해 중단된 것이다. 이후 서울시와 서울라이트타워는 위약금 규모 등을 놓고 갈등이 본격화된 상황이다.

현재 서울라이트타워 측은 360억원을 위약금으로 내면 된다는 견해인 반면 서울시는 잔금이자를 포함해 50억∼60억원을 더 내야 한다고 주장한다. 따라서 원만한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소송으로 비화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 측은 현재 “협의가 안 된다면 사법적 판단을 구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장희 기자 jh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