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랑이 없는 곳엔 담비가 왕… 남한서 최상위 포식자로
입력 2013-01-13 19:06
호랑이와 표범이 사라진 남한의 숲 속에서 담비가 최상위 포식자 자리에 오른 것으로 밝혀졌다. 멧돼지의 천적이 없어졌다고들 했지만 몸무게가 3㎏에 불과한 담비가 멧돼지 새끼와 다 자란 10㎏짜리 고라니를 잡아먹는 것으로 드러났다.
국립환경과학원은 지난 4년 동안 무선추적기와 무인센서카메라를 이용한 조사 및 배설물을 이용한 먹이분석 결과 담비의 전체 먹이 가운데 멧돼지 고라니 등 대형 포유류가 8.5%를 차지했다. 그밖에도 청설모 다람쥐 멧토끼 두더지 말벌 등 동물성 먹이가 50.6%, 다래 버찌 머루 감 등 식물성은 49.4%인 것으로 분석됐다.
담비는 3∼5마리가 무리지어 협동 사냥하고 한 무리는 고라니나 멧돼지를 연간 9마리, 청설모는 75마리가량 잡아먹는 것으로 연구진은 추정했다.
최태영 환경과학원 연구사는 “담비는 나무를 잘 타기 때문에 천적이 없다. 맹수처럼 사냥 대상의 숨통을 단번에 끊지는 못하지만 여러 마리가 올라타 여기저기를 물어뜯어 상대를 쓰러뜨린다”고 말했다. 담비가 사냥하는 멧돼지나 고라니는 농작물에 피해를 주는 대표적 야생동물이다. 청설모는 잣이나 호두 등 고소득 견과류에, 말벌은 양봉에 타격을 준다.
환경과학원은 “담비는 22.3∼59.1㎢에 이를 정도로 넓은 행동권을 지닌 우산종으로서 생태계 보전에 활용 가치가 큰 동물임이 밝혀졌다”고 말했다.
우산종은 미국 옐로스톤 국립공원의 불곰처럼 행동권이 넓고 먹이 피라미드에서 꼭대기에 있는 종을 말한다. 우산종을 보호하면 같은 공간에 있는 다른 종들을 함께 보호하는 효과가 있어 종 다양성을 유지할 수 있다.
임항 환경전문기자 hngl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