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수위 출범 일주일] 낮은 자세 ‘신선’… 불통 인수위 ‘오명’

입력 2013-01-13 18:45


18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13일로 출범 1주일을 맞은 가운데 ‘박근혜 인수위’의 행보에 명암(明暗)이 엇갈리고 있다. 박 당선인은 ‘낮은 자세’를 표방하며 실속 있는 실무형 인수위를 추구하고 있지만 ‘밀봉(密封)’ 논란과 업무 혼선이 부각되면서 불통(不通) 인수위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인수위는 지난 6일 출범 이후 “점령군은 없다. 낮은 자세로 임한다” “새로운 정책을 양산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거듭 강조하고 있다. 박 당선인부터 부처별 업무보고에 참석하지 않고 외부 일정도 최소화고 있다. 아직 대통령이 아니라는 게 이유다. 이명박 대통령이 당선인 시절 인수위 회의를 챙기거나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이 회의를 종종 주재한 것과 비교된다.

박 당선인 의중이 반영되면서 들뜨지 않은 인수위 분위기가 만들어졌고 17대 인수위의 ‘고·소·영’(고려대·소망교회·영남 인맥) 논란과 같은 인사 부작용은 줄었다는 평가가 나왔다. 대신 ‘박·서·실’(박사 출신 교수·서울 출신·실무형 전문가)로 꾸렸다. 또 수백명이나 되던 외부 자문위원을 대폭 줄여 군살을 뺐으며 명함 없는 인수위를 내세운 것도 신선한 시도로 받아들여진다.

그러나 ‘낮은 자세’ 원칙은 ‘낮은 수준의 정보공개’와 맞물리면서 밀봉 또는 깜깜이 인수위라는 오명을 생산했다. 인수위원을 발표하며 밀봉된 서류에서 명단을 꺼내 시작된 밀봉 논란은 지난 11일 인수위가 정부부처의 업무보고 내용을 “일절 브리핑하지 않겠다”고 밝히면서 극대화됐다.

인수위는 “정책 혼란을 야기한다”는 논리를 폈지만 인수위의 정책결정 사안이 아닌 부처별 보고 내용까지 감추는 것은 국민의 알권리를 과도하게 침해한다는 평가가 많다. 이는 박 당선인의 비밀주의 혹은 불통 이미지를 키우는 부적절한 조치였다는 비판으로 이어졌다. 5년 전 17대 인수위가 ‘어륀지(오렌지)’ 논란에 빠졌다면 18대 인수위는 밀봉·깜깜이 논란에 삐걱대고 있는 것이다.

민주통합당은 논평을 통해 “정확한 언론 보도를 원하면 정확한 설명부터 하는 것이 순서”라며 “결론이 날 때까지 알 필요 없다는 말만 하니 마치 왕조시대 구중궁궐에서 열리는 어전회의를 보는 느낌”이라고 꼬집었다. 특히 윤창중 인수위 대변인은 잦은 설화(舌禍)로 불필요한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윤 대변인은 “제가 인수위 안의 단독기자다” “기사가 영양가 있고 없고는 대변인이 판단할 수 있다” 등 부적절한 발언으로 수차례 구설에 올랐다.

인수위는 또 “폐해가 많아 외부 자문위원을 두지 않겠다”며 슬림(slim)한 조직을 내세웠지만 출범 5일 만에 외부 전문위원 35명을 대거 증원했다. 이들 중 상당수는 박 당선인의 싱크탱크인 국가미래연구원 또는 선대위 국민행복추진위원회 출신이다. 과도한 슬림화로 인수위 업무가 제대로 돌아가지 않자 뒤늦게 긴급 후발대를 출동시켰다는 분석이 나왔다.

엄기영 기자 eo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