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을 넘어 미래한국으로 (2부)] 獨은행 최우선 목표는 이익추구 아닌 기업 지원

입력 2013-01-13 22:41

우리와 같은 수출주도형 국가인 독일은 금융기관이 외형을 키우기보다는 기업을 지원하는 데 집중하면서 수출 대국으로 가는 동반자 역할을 하고 있다. 기업 관리의 핵심은 지방자치단체를 비롯한 풀뿌리 기관들의 기업 지원 시스템이다. 특히 금융은 산업·학계 등 지역 기관들과 함께 ‘드림팀’을 이뤄 지역 기업을 육성하고 있다. 최대 수혜자는 중소기업이다. 이들은 수출 산업의 주역임과 동시에 전체 직장인의 절반 이상을 채용하는 고용창출력을 과시하고 있다.

◇자금지원 전담하는 ‘하우스뱅크’=독일의 지역금융기관은 중소기업 자금 지원에서 큰 역할을 맡고 있다. 대형 은행이 전체 대출 시장을 독점하는 우리와는 다르다. 2003년 기준 독일 금융기관의 대출 가운데 지역금융기관의 대출 비중은 38.67%로 우리나라(16.62%)의 배 이상을 기록하고 있다. 독일은 은행을 대형화하는 대신 철저하게 지역 밀착형으로 육성해 기업 지원에 나서도록 체계적인 시스템을 갖춰왔다.

특히 주 정부 및 지자체가 소유한 공영은행인 저축은행은 지역 가계나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소매금융에 주력한다. 은행 담당자가 수십년동안 기업을 속속들이 이해하고 거래하는 이른바 ‘하우스뱅크(Housebank)’ 체제다. 세계최대의 저축은행인 스파르카센은 정관에 ‘지역의 자금수요를 먼저 충족하고, 주요 거래대상으로는 경제적으로 취약한 국민계층과 중소기업’이라고 못 박고 있을 정도다. 최근 비리로 몸살을 앓은 국내 저축은행의 대안으로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자금지원을 지역 은행이 맡는 대신 보증제도는 업종별 경제단체가 운영한다. 1950년대 업종별 경제단체가 설립했던 보증은행이 현재는 권역별 보증기관으로 성장했다. 정부는 이들 보증기관에 대해서 65%를 재보증하고 있다.

◇기술지원은 산·학·연 협동으로=중소기업의 기술 지원은 독일의 특화된 산·학·연 공동연구 시스템이 담당한다. 초기 독자기술 개발이 어려운 중소기업을 위한 조직적 지원 시스템이다. 연구 주제 기획·평가 등 공동연구의 전체 과정은 기업이 회원인 산업연구협회가 실행한다. 연구과제가 선정되면 협회가 연구소에 위탁하거나 직접 자체 연구소에서 연구를 한다. 산·학·연 연구 클러스터에는 2010년 기준 약 700여개의 대학·연구기관이 참여하고 있다. 각 대학마다 기술이전 및 개발센터를 운영하며, 연구 지휘는 대학 교수들이 주로 전담한다. 연구비는 기업과 정부가 공동 조달하며, 통상 연구비의 25% 정도만 기업이 부담한다. 이렇게 해서 개발된 기술은 특정 기업이 독점하는 대신 중소기업 전반의 기술 인프라를 위해 사용된다. 주 정부가 대학·금융기관·연구소 등과 함께 구축한 네트워크는 신기술 및 특허 등을 중소기업에게 제공한다.

◇정부는 큰 그림을=독일 정부는 2003년 ‘중소기업을 위하여(Pro SMEs)’라는 중소기업 지원 프로젝트를 시행했다. 국영 부흥은행(KfW)과 조정은행(DtA) 합병을 통한 새로운 중소기업은행 발족(금융지원)은 조세감면 및 기업 설립절차 단축(창업촉진), 직업훈련 요건완화, 규제 축소, 수출지원 등과 함께 이 프로젝트의 핵심 내용이다.

독일 정부는 또 2006년에 중소기업의 고용과 성장 중요성을 강조하는 ‘중소기업을 위한 연방정부의 계획’을 승인·발표했다. 중소기업의 사업여건 개선, 해외시장 개척 지원, 관료주의적 장애요인 철폐 등 대표적인 중소기업의 8가지 애로사항을 해결하기 위한 정책이었다. 연방정부가 이런 식의 큰 그림을 제시하면 지방정부는 지역 기관들과 함께 세부적인 지원방안을 운영하고 있다.

중소기업연구원 관계자는 “독일 기업의 99.7%가 중소기업이고 사회보험 적용대상인 직장인의 78.87%가 중소기업에 다니고 있다”면서 “우리 경제의 활로 개척과 취업난 해결을 위해서는 독일식 중소기업 육성제도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강준구 기자 eye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