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대 우수학교 선정된 서울 연서중학교를 가보니… ‘인성교육의 힘’ 소통의 장 열리고 성적도 쑥쑥
입력 2013-01-13 18:39
기초생활수급자 53명, 차상위계층 64명, 경제적 곤란가정 217명(29%), 기초학력수준 미달학생 3.8%. 서울 증산동에 위치한 연서중학교 학생들의 현 주소를 말해주는 수치들이다. 2011년 교장공모제를 통해 연서중에 부임한 박춘구 교장은 “경제적으로 취약할 뿐더러 학부모의 교육적 관심이 낮은 연서중이야말로 인성교육이 절실하다고 생각했다”며 “지난 2년간 인성교육을 위해 노력한 결과가 서서히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런 노력 때문인지 연서중학교는 지난달 서울 거원중·수서중·신암중 등 3곳과 함께 교육과학기술부가 선정한 ‘2012년 전국 100대 인성교육실천 우수학교’에 선정됐다.
서울 연서중학교 학생들은 매일 아침 교문 입구에서 “안녕”하고 인사를 건네는 박춘구 교장을 어김없이 만난다. 박 교장은 2011년 이 학교에 부임한 직후부터 생활지도교사들과 함께 매일 아침 등교하는 학생들을 맞이하며 인사를 나눈다. 박 교장이 도입한 ‘아침마중’ 프로그램이다. 박 교장은 “요즘엔 아침조회 등 학생과 직접 소통하는 기회가 없어지다 보니 교장의 얼굴도 모르는 학생들이 굉장히 많다”며 “어떻게 하면 학생들에게 친근하게 다가갈까 고민하다 아침마중을 고안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처음에는 “인사 좀 하자”는 박 교장의 인사가 어색했던 학생들도 차츰 적응해 이제는 더 적극적이다. 박 교장은 “동네에서 버스를 타고 가다가도 ‘교장 선생님∼’이라 부르며 손을 흔드는 아이들을 자주 보게 된다”며 “지난 빼빼로데이에는 직접 만든 빼빼로를 교장실로 가져오는 학생이 있을 정도로 소통의 ‘벽’이 없어졌다”고 말했다.
◇텃밭 가꾸기와 캠프 통해 인성 길러=연서중학교는 이른바 ‘일진’으로 불리는 불량학생들은 물론 학교폭력 학생·학습 부적응 학생들을 위한 인성교육에도 적극적이다. 그중 하나가 학교생활 부적응 학생들을 위한 ‘텃밭 가꾸기’. “의미 없는 처벌이나 벌점보다는 학생 스스로 깨달을 수 있는 기회를 주자”는 취지로 이 학교 허광신 생활지도부장이 아이디어를 내 학교 뒤편에 버려진 땅을 일구면서 시작됐다. 농사 경험이 없는 학생들이 척박한 땅을 가꾸기란 결코 쉽지 않았지만, 텃밭을 가꾸기 위해 필요한 정보를 찾고 공부하는 과정에서 교사와 학생들 간 친근감이 자연스레 형성됐다. 텃밭에 심은 상추와 고추, 토마토를 수확해 학교 등나무 교실에서 삼겹살 파티를 열기도 했다. 허 교사는 “함께 허리 굽히고 땀 흘리는 동안 학생들 스스로 일하는 재미를 느끼고 무언가를 가꾸는 즐거움을 알게 되더라”며 “프로젝트에 참가했던 학생들 모두 폭력성이 없어지고 한층 밝아진 모습을 보며 큰 보람을 느꼈다”고 말했다.
겨울방학 기간이었던 지난 8일엔 박 교장을 비롯한 교사 10명이 학교생활 부적응 학생 17명을 데리고 강화도에 캠프도 다녀왔다. 평소 지각을 일삼고, 수업시간에 엎드려 자던 부적응 학생들과 유대감을 키워보자는 취지에서였다. 캠프를 다녀온 안창원(51) 교무부장은 “부적응 학생들 중 대부분은 기성세대에 대한 적대감이 굉장히 크다”며 “선생님들과 함께 같은 공간에서 삼겹살도 구워먹고 많은 이야기를 나눠 봄으로써 향후 학교생활에서도 안정감을 찾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학업성적도 껑충 뛰어=연서중학교는 중식 지원을 받는 학생들이 전교생 중 30%에 이를 정도로 가정형편이 어렵거나 부모 대부분이 단순노무직에 종사하는 맞벌이 가정이 많다. 이러한 배경 때문에 학생들이 다른 지역에 비해 가정에서 인성교육에 도움이 되는 여러 가지 활동을 모두 체험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연서중학교가 인성교육 프로그램에서 ‘체험’을 강조하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박 교장은 “학생들이 집에서 하기 힘든 여러 가지 체험활동을 학교에서 하다 보니 문제 해결력이 생기고, 해결 과정에서 창의력도 생기는 것 같다”며 “단기적으로 눈에 보이는 효과가 없을지 모르지만 장기적으로 저변에 있는 능력을 끌어올리는 데 도움이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연서중은 인성교육을 위한 TF팀도 구성해 운영하고 있다. 팀장인 교감을 비롯해 교무부장·연구부장·생활지도부장·진로상담부장·교육복지부장 등 각 분야 교사 13명이 인성교육을 위해 프로그램 고안에 힘쓰고 있다. 안창원 교무부장은 “인성교육은 결코 이벤트 위주로 가면 안 된다”며 “체계적이고 지속적인 인성교육을 위해 전담팀을 구성하게 됐다”고 말했다. 연서중 학생들이 매일 아침 하고 있는 ‘아침 10분 좋은 글 읽기 프로젝트’의 자체 제작 교재를 만들거나, 국어시간에 하는 ‘5분 매일 시 쓰기’ 프로그램을 개발한 것도 모두 TF팀이다. 연서중은 앞으로 이 TF팀을 ‘인성교육 연구회’로 발전시켜 지속적인 프로그램 운영과 자료개발에 힘쓸 계획이다.
인성교육에 힘쓴 결과 학생들의 학업성취도도 몰라보게 향상됐다. 지난 5년간의 국어·영어·수학 등의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를 비교해봤더니 기초학력 미달자는 줄어들고, 우수학력 학생들은 늘어난 것이다. 박 교장은 “학교에 재미를 느끼고, 학교에 대한 정서적 안정감이 생기다 보니 자연스레 성적향상이라는 결과가 나타난 것 같다”며 “이게 바로 인성교육의 ‘힘’”이라고 강조했다.
김수현 기자 siempr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