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대통령 취임선서 킹 목사 성경책 사용한다

입력 2013-01-13 18:30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오는 21일 재선 취임식에서 흑인 인권운동가 마틴 루터 킹 목사와 에이브러햄 링컨 전 대통령의 성경에 손을 얹고 취임 선서를 한다고 13일 AP통신 등이 전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링컨의 성경 위에 킹 목사의 성경을 올려놓고 선서를 할 예정이다. 2009년 오바마 1기 취임식에선 링컨의 성경만 사용됐다. 2기 취임식이 열리는 21일은 킹 목사 탄생기념일이며, 킹 목사의 성경은 대통령 취임 선서에 처음 쓰이게 된다. 킹 목사 가족 대표는 “킹 목사가 이 사실을 알았다면 매우 감동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대통령이 성경에 한 손을 얹고 취임 선서를 하는 것은 법적 의무사항은 아니지만, 조지 워싱턴 초대 대통령의 전례에 따라 대다수가 성경을 사용했다. 빌 클린턴은 자신의 할머니가 준 성경을, 로널드 레이건은 어머니가 준 성경을 쓰는 등 개인의 신앙 이력이 담긴 성경이 많이 사용됐다. 지미 카터와 조지 H W 부시 등은 워싱턴 대통령의 성경을 썼다. 링컨은 선서 후 성경을 들어 보이며 “내가 대통령이 된 것은 이 성경 때문”이라고 말했다.

취임식 때는 성경을 덮거나 펴놓는데, 지금까지 가장 많이 펼쳐진 구절은 시편(9차례)이다. 특히 ‘여호와를 자기 하나님으로 삼은 나라 곧 하나님의 기업으로 선택된 백성은 복이 있도다’라는 시편 33편 12절이 가장 많이 펼쳐졌다.

한편 이번 취임식에서 축도자로 선정됐던 루이 기글리오 목사는 과거 반(反)동성애 발언을 한 사실이 밝혀져 논란이 빚어지자 자진 하차했다. 앞서 진보성향 웹사이트 ‘싱크프로그레스’는 기글리오 목사가 1990년대 중반 설교를 통해 동성애를 죄악으로 규정하고 동성애자들에게는 성적 취향을 바꾸는 개조치료가 필요하다는 주장을 펼쳤다고 보도했다. 기글리오 목사는 “과거의 발언으로 지금까지 내가 설파한 관용의 메시지가 왜곡될 수 있어 취임식 참석을 취소한다”고 말했다. 오바마 대통령의 1기 취임식 때도 축도를 맡은 릭 워런 목사가 동성애 반대 입장 때문에 논란에 휩싸였다.

천지우 기자 mogu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