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 공부방엔 公교육 살리는 ‘네가지’ 있다… 인터넷 카페 ‘학습놀이터’ 문제풀이 무료 강의
입력 2013-01-11 19:19
올해 5학년에 진학하는 형민(가명·11)이는 오늘도 컴퓨터 앞에 앉았다. 친구들은 겨울방학을 맞아 모두 학원에 다니지만 형민이는 그럴 필요를 못 느낀다. 인터넷 안의 또 다른 학교에서 충분히 5학년 과목을 예습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곳에 가면 공짜로 여러 과목의 동영상 강의도 들을 수 있고, 어려운 문제를 물어보면 친절하게 답도 해준다. 고민을 들어 주기도 하며 함께 다니는 친구들도 많다. 그는 “혼자서도 공부를 잘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고 했다.
현직 초등학교 교사 8명이 의욕적으로 시작한 인터넷카페 ‘학원 없이 공부하는 학습놀이터’가 아이들을 변화시키고 있다. 이들은 공교육을 되살리고 소외계층에게 교육 혜택을 확대하겠다는 포부를 갖고 2011년 이 카페를 개설했다. 카페는 인천과 경기도 평택의 초등학교 현직 교사 8명이 운영하고 있다.
카페에서는 초등 4학년 수학과 5·6학년 국어·수학·사회·과학 교과서에 실린 문제풀이 과정을 동영상으로 보여준다. 풀이 과정은 원리를 이해하도록 하고 교사와 학생이 이야기하듯 진행된다. 학습놀이터 교사들은 주말과 방학 등에 짬을 내 동영상을 찍어 올리고 있다. 특별한 촬영 기술이 있는 것은 아니다. 교과서에 나온 문제들을 종이에 큼직하게 인쇄해 밑줄을 긋거나 메모하며 설명한다. 학생들의 반응은 폭발적이다. 특별히 홍보한 것도 아닌 데도 인터넷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입소문이 나면서 11일 현재 3만500여명이 가입했다. 카페를 이용하고 성적이 올랐다는 글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아이디 ‘열공모드’라는 학생은 “(2012년) 1학기 중간고사는 평균이 80점을 못 넘었는데 학놀(학습놀이터) 가입 후 90점을 넘었다”고 했다.
카페 웹 주소에는 ‘welearning(위러닝)’이라는 단어가 들어가 있다. 카페 회원이면 누구나 가르치고, 누구에게나 배울 수 있다는 의미다. 카페에서는 ‘지식왕 선발대회’를 열어 참가 학생들이 직접 만든 동영상 강의를 올리면 그중 우수작을 뽑아 해당 학생을 ‘또래쌤’으로 임명한다. 현재 또래쌤으로 뽑힌 학생 7명은 수학, 사회, 일본어, 러시아어 등의 동영상 강의를 주기적으로 올리고 있다. 우수 노트 필기 사례를 뽑아 학생들이 노트 정리 방법을 공유하기도 한다. 방학 중에는 ‘온라인 자기주도학습캠프’를 열어 학생들이 방학 중 공부한 내용을 요약, 정리해서 올린다.
카페에는 교과 수업뿐 아니라 상담 자격증이 있는 교사가 학생들의 학교생활 고민을 들어주는 ‘맛있는 상담’ 코너도 있다. 상담을 맡고 있는 인천 마장초 김진영 교사는 “익명이 보장되고, 얼굴을 맞대고 얘기하지 않기 때문에 학생들이 좀 더 진솔하게 고민을 털어놓는다”고 말했다. 아이디 ‘qustnals’ 학생은 “여기(상담코너)만 오면 마음이 너무나 편하다”고 말했다.
카페를 처음 기획한 인천 심곡초 이성근 교사는 “과도한 사교육 탓에 학생들이 학교 교육을 등한시하는 현실을 바꾸기 위해 카페를 개설하게 됐다”며 “형편이 어려워 사교육을 받지 못하는 아이들도 우리 카페를 통해 무료로 좋은 공교육 학습 콘텐츠를 접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사야 기자 Isaia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