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KBO 사로잡은 수원-KT… 통신사·지하철 더비 가능
입력 2013-01-11 19:05
수원·KT가 전북·부영을 제치고 사실상 10구단에 선정된 것은 흥행성과 향후 투자계획, 구단의 안정성 등이 평가위원들에게 높은 점수를 받았기 때문이다.
2년 전부터 10구단 창단을 위해 발벗고 나선 수원은 흥행에서 전북을 앞선다고 자부해왔다. 수원·KT는 17개 광역시·도 중 경기도가 1200만명으로 가장 많은 인구를 가지고 있지만 정작 프로구단이 없다는 논리를 폈다. 또 수원의 인근 지방자치단체만 합해도 640만명의 인구를 가지고 있을 뿐 아니라 서울·인천에서 1시간 거리인 지리적인 이점을 살리면 관중동원에서 전북을 압도한다고 주장해왔다.
수원·KT는 또 ‘통신사 더비’와 ‘지하철 더비’ 등 여러 흥행요소가 있는 기업과 지역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한국야구위원회가 목표로 하는 관중 1000만명 시대도 훨씬 더 앞당길 수 있다고 자신했다. KT와 통신업계 라이벌인 SK·LG와의 대결, 전철망이 발달한 수도권 팀들끼리의 맞대결 등 팬들의 구미를 자극할 요소가 많다는 것이다. 실제 수원에 KT가 들어서면 서울의 두산·LG·넥센 3개 구단과 인천의 SK를 합쳐 이동거리 1시간 내 세 지역에 5개 구단이 모여있는 구도가 된다. 공교롭게도 통신업계 구단도 모두 수도권에 있게 된다. 상대적으로 인구가 적은 전북·부영이 지역 안배를 내세웠지만 결국 수원의 폭발력 있는 시장성을 넘을 만한 매력은 부족했다.
또 2011년 말 기준으로 매출액 20조원이 넘은 거대 기업인 KT도 좋은 평가에 힘을 보탰다. 쌍방울, 현대, 해태 등 모그룹의 경영 악화나 지원 중단 등으로 여러 구단이 사라져 리그 정상화를 이루는데 큰 힘이 들었던 악몽이 KBO에 남아있기 때문이다. 전북과 손잡은 부영 역시 자산 규모가 12조원대에 이르는 대기업이지만 규모 면에서 KT를 앞서긴 어려웠다. 여기에 KT는 야구발전기금으로 무려 200억원을 내놓아 80억원을 적어낸 부영을 압도했다. 또 수원·KT는 예산 5000억원을 들여 많은 야구인들의 숙원인 돔구장을 짓겠다고 언급, 평가위원들의 구미를 자극했다.
10구단 창단 9부 능선을 넘은 염태영 수원시장은 “프로야구 1000만명 관중 시대를 개척할 흥행 요소로 가득한 곳이 바로 수원”이라고 반가워했다. 부영 관계자는 “10구단으로 선정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했지만 그 뜻을 이루지 못했다”며 “이제 아쉬움을 뒤로 하고, 한국 야구와 전북의 야구 발전에 기여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모규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