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치·감금 얼룩진 ‘중국판 신문고’ 상팡… “민원인을 가족처럼” 개혁나서

입력 2013-01-11 18:58

“상경 민원인을 가족(家人)으로 대하며, 이들로부터 전달된 서신은 자기 집에 온 편지(家書)로 생각하고, 그들이 제기한 문제는 집안 일(家事)로 여기며, 그들의 일은 가업(家業)처럼 처리하라.”

중국 정치국 위원이자 국무위원인 마카이(馬凱)는 10일 열린 전국 신방국장(信訪局長) 화상전화 회의에서 이렇게 지시했다. 또 “모든 수단을 동원해 군중의 합리적 요구를 해결하라”고 강조했다고 신경보(新京報)가 11일 보도했다.

중앙과 각 지방에 설치된 신방국(信訪局)은 당국의 행정처분에 불만을 느낀 사람들이 억울함을 호소하는 곳이다. 시진핑(習近平) 총서기 체제 출범 이후 ‘헌법에 의한 통치’를 강조하면서 일부 인권 개선 조치가 취해진 데 이어 이번에는 ‘상팡(上訪·억울한 일을 당한 사람이 상경해 호소하는 것)’에 대한 개혁이 진행되고 있다.

이런 지시를 내린 것은 그동안 상팡을 위해 베이징을 찾는 민원인들을 도와주기는커녕 지방 정부가 이들을 불법 납치·감금하는 반인권적 관행이 성행했기 때문이다. 지방 신방국은 자신들 비리가 상부에 알려질 것을 두려워해 중앙 신방국이나 당 지도부 거처인 중난하이(中南海)를 찾는 민원인들을 붙잡아 불법 감금시설인 ‘흑감옥(黑監獄)’에 가둬왔다. 이 과정에서 그동안 고향을 떠난 사람이 쥐도 새도 모르게 사라지거나 주검으로 나타나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마카이의 지시대로만 된다면 시진핑이 집권한 뒤 강조한 ‘서비스형 정부’에 좀 더 다가서는 셈이지만 뿌리 깊은 불법 관행이 하루아침에 사라지기는 쉽지 않다는 관측이 나온다. 앞서 지난달 초에는 베이징 흑감옥에 갇혀 있던 상경 민원인들이 대거 석방됐고 대표적 인권침해 제도인 ‘노동교화제’도 내년에 철폐될 예정이다.

베이징=정원교 특파원 wkch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