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서 쿠르드족 여성활동가 3명 피살… 터키-쿠르드족 평화협상 ‘위기’
입력 2013-01-12 19:50
프랑스 파리에서 쿠르드노동당(PKK) 창당 멤버가 포함된 쿠르드족 여성 활동가 3명이 처형 방식으로 살해돼 현지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이번 사건은 터키 정부가 수감 중인 PKK 지도자 압둘라 오잘란과의 평화협상에 착수했다는 언론 보도가 나온 직후 발생했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는 이 사건은 양측의 평화협상을 저지하기 위한 시도로 보인다고 1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날 오전 파리 시내 쿠르드족 정보센터에서 여성 3명이 총격을 받고 숨진 채 발견됐다. 두 명은 머리에, 한 명은 복부에 총탄을 맞은 흔적이 발견됐다. 경찰 관계자는 “이들이 처형 방식으로 살해당했다”고 전했다. 사고 현장은 서방과 쿠르드 지식인, 예술인들이 연구 용도로 쓰던 곳이다.
희생자 중에는 PKK 창당 멤버 사키네 칸시즈가 포함돼 쿠르드족 사회 전반에 더욱 충격을 주고 있다. 전설적 여성 투사로 알려진 칸시즈는 과거 터키 디야르바키르 교도소 수감 당시 폭동을 주도했었다. 최근에는 프랑스 등 유럽에서 지하운동을 펼쳐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오잘란과 매우 가까웠다. 또 다른 희생자인 피단 도간과 레일라 소일메즈는 각각 쿠르드국가위원회(KNC) 파리대표부 직원, 활동가였다고 BBC방송은 전했다.
외신들은 터키 정부와 PKK 간 불신을 조장해 협상을 저지하기 위한 것이라고 범행 동기를 분석했다. 변절자를 처단하는 역사를 지닌 PKK 강경파와 협상파의 내홍이 살인으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장 루이 브루기에르 전 프랑스 대테러 담당 검사도 “협상에 반대하는 PKK 내부 소행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그러나 쿠르드족은 이번 사건을 터키 정부에 의한 암살로 규정하며 강도 높게 비난했다. PKK 지도부는 성명을 통해 “쿠르드족에 대한 이념적이고 정치적인 암살이자 테러 공격”이라고 비판했다.
터키 정부는 암살 의혹을 차단하며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세네갈을 방문 중인 에르도안 터키 총리는 현지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쿠르드 조직 내부에 평화를 막으려는 강경파가 있지만 협상을 계속하겠다”고 밝혔다.
2년간 중단된 양측의 평화 협상은 터키 정부가 PKK 지도자 오잘란의 면회를 허용하면서 최근 재개됐다. PKK를 테러조직으로 여겼던 터키 정부는 기존 입장에서 물러나 2009년 평화 협상을 제시했지만 양측 충돌로 한동안 중단된 바 있다. 국가 없는 소수 민족인 쿠르드족은 1984년 PKK를 결성, 독립 국가를 목표로 무장투쟁에 나섰다. 이후 약 30년간 쿠르드족 40만여명이 무장 투쟁으로 사망했다.
박유리 기자 nopimul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