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수위 업무보고 첫 날] 박근혜 당선인 격노… 부처 利己로 공약 흔들기 “공무원이 야당보다 더해”
입력 2013-01-11 21:49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정부 부처 및 지방자치단체를 상대로 드러낸 불편한 심기는 향후 국정운영의 주도권을 잡기 위한 선전포고 성격이 짙다. 11일 부처 업무보고 첫날 “100% 공약 실천”을 내건 박 당선인 측과 “소관 업무·예산 사수”를 주장하는 공무원 간 ‘기(氣) 싸움’도 함께 시작됐다.
◇朴, “야당보다 더한 공무원”=인수위 핵심 관계자는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박 당선인이 격노한 이유로 ‘부처에서 흘리는 부정확한 정보’를 지목했다. 그러면서 4대 중증질환(암·심장·뇌혈관·희귀난치성) 진료비 전액 국가부담과 기초연금 등 주요 복지 공약에 대해 거론되고 있는 비판론을 일일이 반박했다.
중증질환 진료비 재원을 마련하느라 엄청난 국고 부담이 초래되리란 지적에는 “이미 고령화를 감안해 소요 예산을 짰고 최악의 경우를 상정해도 1000억∼2000억원 규모인데 과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상급병실, 특진 등을 보험 처리할 거라고 걸고넘어지는데 공약에 포함되지 않은 얘기”라고 해명하기도 했다. 각 부처에서 ‘비판을 위한 비판’이 나와 일부 언론에 기사화되기까지 한다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박 당선인은 특히 일부 부처의 논리가 공약에 대한 야당 비판 논리와 흡사하다며 더 화를 냈다는 후문이다. 이 관계자는 “야당과 공약 싸움하는 것 이상으로 심각하다”며 “각 부처들이 정권 인수기에 제일 하고 싶어 하는 건 이권 챙기기, 조직 확대, 부처가 관리하는 기금 확충”이라고 꼬집었다.
◇삼청동에 줄서는 공무원들=인수위 사무실이 있는 서울 삼청동 한국금융연수원엔 자기 부처 업무보고가 시작되지 않았는데도 방문을 희망하는 공무원이 줄을 잇고 있다. 이날 하루 업무보고와 무관하게 인수위를 방문한 부처 및 지자체는 확인된 것만 2∼3곳이 넘는다. 하나같이 인수위원장 및 인수위원들에게 미리 인사하러 왔다고 했다. 하지만 이들의 손엔 부처 관련 공약 및 지자체 핵심 사업 등에 관한 홍보문서가 들려 있었다.
부처의 소관 업무와 예산을 지키기 위한 신경전도 포착됐다. 업무보고를 위해 인수위를 방문했다는 모 부처 공무원은 ‘부처 이기주의’ 행태에 대해 털어놨다. 그는 “박 당선인의 공약 중 불량식품 척결 문제만 봐도 농림수산식품부, 식약청, 환경부, 보건복지부가 다 걸려 있다”며 “그간 담당했던 업무 및 예산을 뺏겨선 안 되기 때문에 미리 작전을 짜고 보고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공약 꼬투리 잡기, 가만 안 둘 것”=업무보고와 동시에 시작된 자기 부처 챙기기를 놓고 ‘부처 칸막이 허물기’ 등 박 당선인 공약과 배치된다는 지적이 나왔다. 인수위 강석훈 국정기획조정분과 위원은 “부처간 칸막이를 허무는 문제는 포괄적 의미에서 정부조직 개편 문제에 해당한다”며 언급을 꺼렸다. 하지만 인수위 다른 관계자는 “각 부처가 공약에 일단 꼬투리를 잡아 놓고 해결책이라면서 자기 부처 이익을 들이밀 것”이라며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유동근 기자 dky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