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患율’ 뚝 뚝… 원·달러 1060원-원·엔 1200원 붕괴
입력 2013-01-11 18:35
외환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원·엔 환율은 32개월 만에 100엔당 1200원선이 붕괴됐다. 원·달러 환율도 17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하며 1050원선으로 내려앉았다. 새해 첫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를 3개월째 동결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
11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5.7원 내린 1054.7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지난해 8월 2일(1050.8원) 이후 최저치다. 원·엔 환율 역시 이날 100엔당 1183.7원(외환은행 고시기준)까지 하락했다. 원·엔 환율이 1100원대로 내려앉은 것은 2010년 5월 이후 처음이다.
지난달 중국 수출 증가율이 7개월 만에 최대치인 14%(전년 동월 대비)를 기록하는 등 흑자규모가 예상치를 웃돌았다는 전날 발표가 영향을 끼쳤다. 중국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원화를 비롯한 아시아통화 강세를 이끌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정부의 잇따른 저환율 정책 추진 발언도 환율 하락에 가속도를 붙이고 있다.
외환은행 이건희 선임딜러는 “원화와 엔화가 역방향으로 너무나 일방적으로 움직이고 있어 원·엔 환율 하락세가 커지고 있다”면서 “다만 일본 정부의 구체적인 외환시장 개입은 확인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날 한은 금통위가 기준금리를 동결한 것도 급격한 환율 하락 요인으로 작용했다. 한은은 현재 완만하게 성장세가 지속되고 있는 점을 강조하며 아직 정책 여력을 비축해야 할 때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외환시장에서는 한은이 환율방어에 뜻이 없다는 시그널로 받아들이면서 하락폭이 커졌다. 전승지 삼성선물 연구원은 “외환당국이 최근 급격한 환율 하락을 방어하기 위해 금리를 인하할 수도 있다는 기대감이 사라지자 하락 속도가 가팔라졌다”고 전했다.
외환당국은 비상이 걸렸다. 그동안 미세조정으로 시장에 개입해왔지만 환율 하락 추세가 너무 강해 시장 분위기에 밀리는 형국이다. 정부는 우선 기존에 시행하던 선물환포지션 한도 규제와 외환건전성부담금, 외국인 채권투자 과세 등 ‘거시건전성 3종 세트’를 보다 강화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투기성 단기 외환거래에 세금을 매기는 ‘토빈세’를 비롯해 보다 직접적으로 금융거래에 세금을 매기는 방안도 들여다보고 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시장을 안정시켜야 한다는 주문이 많다”면서 “토빈세 논의를 포함해 모든 대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강준구 기자, 세종=백상진 기자 eye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