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인수위 업무보고, 공약 재정비 기회로

입력 2013-01-11 18:16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11일부터 각 행정부처로부터 업무보고를 받고 있다. 오는 17일까지 계속될 업무보고는 새로운 국정 로드맵을 구체화하기 위한 대통령 당선인 측과 행정부의 협의 과정이다. 이를 통해 인수위는 각 부처의 정책이나 조직운영 가운데 불합리하거나 새 정부의 국정 방향과 맞지 않아 조정이 필요한 부분을 파악하게 된다. 박근혜 당선인이 제시한 국정 청사진이나 공약을 실행하기 위한 세부 방안들에 대한 협의도 본격적으로 진행된다. 인수위나 정부 부처가 아집이나 조직이기주의에서 벗어나 성실히 교감함으로써 새 정부의 국정이 제대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특히 신경을 써야 할 부분은 공약 재정비다. 여건이 바뀌어 시급성이나 실효성이 떨어진 공약은 우선순위를 조정하고, 선거과정에서 의욕만 앞세워 공약으로 내놨으나 부작용이 발생할 우려가 높은 부분은 보정하는 게 필요하다. 공약 이행을 위한 재원 조달 문제는 특히 유념해야 한다. 박 당선인이 선거공약을 선별하는 과정에서 재원 문제를 최우선으로 챙겼다고는 하지만 일부 공약에 대해서는 벌써 재원조달 불확실성이나 다른 정책과의 마찰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병사복무기간을 21개월에서 18개월로 단축하겠다는 박 당선인의 공약에 대해 국방부는 신중한 입장이다. 급격한 복무기간 단축은 병역자원 부족과 전투력 약화를 부르며 이를 보완하기 위해서는 연간 수천억원의 재원이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박 당선인이 향후 5년간 28조원을 투입하겠다고 한 복지 공약도 소요 재원이 연간 10조원 늘어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기초노령 연금 확대 공약은 국민연금 정책과 충돌한다는 우려도 있다.

인수위는 여러 문제점들을 면밀히 검토해 대안이나 보완책을 마련해야 한다. 보완이 여의치 않으면 국민 앞에 사정을 설명하고 철회하거나 축소하는 게 옳다. 국민과의 약속은 반드시 지킨다는 게 당선인의 소신이지만, 무리한 정책을 고집하다 큰 낭패를 당하는 것보다는 인수위에서 바로잡는 게 낫다. 국민을 두 번 실망시킬 수는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