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인에 드문 情 많아 좋다”… 장애인 취업 실태·직업재활학교 현주소

입력 2013-01-11 21:01


흔히 ‘장애인 복지의 꽃은 직업 재활’이라고 말한다. 장애인들을 단순히 도움을 받아야 할 대상이 아니라 직업을 통해 우리 사회 구성원의 일원으로 받아들여야 함을 당위적으로 지적한 말이다. 그러나 현실은 여전히 갑갑하다. 수치상으로 보면 장애인 고용은 약간 늘고 있지만 아직도 사회적 편견 그 자체가 장애보다 더 힘든 장애로 여겨질 정도이다. 다만 최근 들어 고무적인 점은 장애인들 취업의 ‘질’이 과거에 비해 점진적으로 좋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장애인들을 받아들이는 사회의 문이 더 다양하게 열리고 있다는 반증이다. 이는 장애인학교를 막 졸업하고 사회에 첫 발을 내디디려는 장애인 특수학교 졸업생에게도 마찬가지다.

남서울은혜교회의 지원을 받고 있는 발달장애학생 특수학교 서울 일원동 밀알학교에 따르면 올해 졸업예정자 24명 중 일반회사에 3명이 취업한 것을 비롯, 보호작업장과 임가공 중심의 작업에 5명이 일자리를 구했다. 나머지는 재활교사의 도움으로 여가활동 중심의 생활훈련을 받는 주간보호센터나 학교에서 다시 공부를 하게 된다. 기독맹아원으로 시작한 시각장애학교인 혜광학교의 졸업예정자 진로 실태를 보면 전체 27명 중 진학 10명, 취업 10명, 취업준비 4명, 기타 3명이다.

특히 발달장애인의 경우 몇 년 전만 하더라도 주로 빕스, 맥도날드, KFC 등 패밀리 레스토랑이나 패스트푸드점에서 주방보조자로 취업하는 경우가 많았으나 최근에는 사회적기업으로 운영되는 제조업 회사(위캔: 제과 제빵 생산, 동천원: 모자 생산, 엠마우스: 쓰레기봉투 생산 등)의 사원이나 커피전문점 카페의 바리스타, 도서관의 사서보조, 우체국의 편지분류 작업, 인쇄 복사업의 사원, 식물원의 화초재배 등 다양한 분야에서 종사하고 있다.

또 사회적 기업 굿윌스토어(Goodwill Store)에서 기증물품의 수거와 분리, 수선, 매장 전시 등 다양한 일감이 있는 기업에 근무하는 사례도 있다. 굿윌스토어에는 사회적인 취약계층인 장애인뿐 아니라 다문화가정과 새터민이 함께 일에 종사하고 있어 사회적인 통합에도 기여하고 있다.

발달장애인을 고용한 회사의 업주나 담당자들은 한결같이 처음에는 장애인에 대한 무지와 막연한 불안감 때문에 고용을 꺼려했다고 한다. 그러나 함께 생활해보면 수습과정 동안에 약간의 실수나 적응상의 어려움이 있지만 작업 순서나 흐름을 익히고 나면 정말 성실하고 책임감 있게 일을 하고 있어 회사마다 칭찬하고 있다. 장애인 채용 기업 한 관계자는 “장애인들 가운데는 업무 숙련도가 일반인과 별 차이가 없는 사람도 꽤 있다”면서 “더욱이 일반인이 갖지 못하는 정이 있어 직원들 사이에 관계 형성에도 상당한 도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장애인들의 취업이 지속성을 갖도록 하기 위해 장애인 특수학교들은 취업 이후에도 계속 관리를 한다. 이를 ‘추수지도’라고 한다. 졸업과 취업이 학교와의 관계를 단절하는 것이 아니라 재학할 때와 마찬가지로 끈을 이어가고 있다. 교사들이 취업현장을 방문해 당사자와 회사 관계자들을 면담하고 애로 사항들을 해결하려고 애를 쓴다.

마찬가지로 가정에서도 중요한 몫이 있다고 장애인학교 교사들은 강조했다. 밀알학교 김용한 교감은 “무엇보다 자녀들이 스스로 하겠다는 생각을 갖도록 해야 한다”면서 “이를 위해 혼자 이동하는 자신감을 키우고 체력을 강화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2시간 정도 꾸준히 걷는 등산이나 식사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좋아하는 것만 먹으려 하거나 식당에서 직원들과 같이 먹으려 하지 않으면 직장 생활에 큰 장애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성경말씀을 통한 자신감과 긍정의 힘을 가르치는 건 조직생활을 하는 데 도움을 주기에 필수적이다. 그러나 아직도 장애인들에 대한 보호와 구제의 시각이 장애인 재활과 취업을 막는 가장 큰 걸림돌이라는 것이 장애인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방귀희 청와대 문화특보는 “장애인을 복지의 수혜자로 보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삶을 당당히 책임질 수 있는 생산자로 만들어야 한다”면서 “다시 말해 밑 빠진 독의 물붓기가 아니라 사회적 비용을 감소시키는 투자라는 철학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예수님은 누구보다 장애인을 위한 사역에 큰 비중을 두셨다. 이제 교회들이 나서 장애인 사역에 큰 관심을 갖고 그들을 사회의 일꾼으로 적극 키워야 한다.

“주의 성령이 내게 임하셨으니 이는 가난한 자에게 복음을 전하게 하시려고 내게 기름을 부으시고 나를 보내사 포로된 자에게 자유를, 눈먼 자에게 다시 보게 함을 전파하며 눌린 자를 자유케 하고….”(눅 4:18)

최영경 기자 ykchoi@kmib.co.kr